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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아들이 밥상에 앉으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는 대장이지? 아빠는 대장이니까 많이 먹어야 돼."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아빠인 저를 보고 '대장'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대장'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고, 대장 노릇 한 번 해 본 적이 없는, 심지어 초등학교시절이나 중학교 시절에 그 흔한 '반장'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저에게는 꽤 생소한 말입니다.
그런 말을 요즘 아들한테서 매일 듣고 있습니다. 아들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 말을 해댑니다. 며칠 전에 미장원에 아들과 같이 이발하러 갔었는데, 거기서 느닷없이 아들 녀석이 "아빠는 대장이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아빠를 대장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싫지는 않습니다. 오늘 저녁을 먹을 때도 아들 녀석이 또 그 말을 했습니다.
"아빠는 대장이지? 아빠는 대장이니까 많이 먹어야 돼."
아들 녀석의 덕담을 들으면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아들의 손을 잡고 집 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어둑어둑해진 학교 운동장을 걸으면서 물었습니다.
"강민아, 왜 아빠가 대장이야?"
"아빠는 밥을 많이 먹으니까."
아들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빠는 대장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대장이니까 밥을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대장인 이유는 아빠가 밥을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왜 제 아들이 아빠를 '대장'이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대장처럼 대해주기 때문'이다.
저는 여러 면에서 그리 좋은 남편이 아닙니다. 우선 경제적인 능력이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아내는 능력 없는 남편 때문에 이제 막 7개월 된 둘째딸을 친정에 맡기고 돈벌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내에게 자상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사소한 것에 짜증내고 잘 삐집니다. 집에서 제 별명이 '삐돌이'입니다. 잘 삐진다고 아내가 붙여준 별명입니다.
그런 저에게 아내는 늘 한결같은 자세로 대해줍니다. 뭐 흔한 말로 남편을 하늘같이 받드는 것은 아니지만, 늘 남편을 남편으로 대해줍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제 아들이 아빠는 대장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제 주변상황에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같이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려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새롭게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늘 약간의 불안감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불안하지 않습니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늘 남편을 남편으로 존중해 주는 아내와 아빠는 대장이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빌어 아내와 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강민 엄마, 고마워!"
"아들아, 아빠 대장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