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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고가 일어난 수원 S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왼쪽이 사고가 일어난 지점, 오른쪽 까만 부분은 핸드레일(고무손잡이). 안전망이 없이 타일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다.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인 오른쪽은 층 중간에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다.
추락사고가 일어난 수원 S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왼쪽이 사고가 일어난 지점, 오른쪽 까만 부분은 핸드레일(고무손잡이). 안전망이 없이 타일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다.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인 오른쪽은 층 중간에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다. ⓒ 장지혜
지난 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사쇼핑몰 M층(1층과 2층 사이)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던 홍모씨(26·여·서울 영등포구 양천동)가 핸드레일(고무손잡이) 뒤로 넘어지면서 1층 바닥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홍씨는 직장 동료와 M층에 있는 식당가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홍씨는 발을 디딜 때 몸이 기울면서 에스컬레이터 레일에 기댔고 옷이 내려가는 핸드레일에 끼이면서 기계에 끌려 내려가다 몸이 뒤로 넘어가면서 변을 당한 것.

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점원 김모씨(24)는 "처음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너무 놀랐다. 밑을 내려다보니 한 여자가 쓰러져 있고 피가 흥건했다"며 "안전망이 있었으면 사고를 면했겠지만 M층이라 안전망을 설치할 수 없는 장소였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수원역사쇼핑몰 관계자 김모씨(43)는 "M층에는 안전망이 설치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안전망이 설치되는 것도 사실은 캔이나 깡통 등이 떨어졌을 때 밑에 있는 손님들이 다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라며 "사람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김씨는 "앞으로 외부안전진단 업체에 용역을 맡겨 사고가 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안전망을 설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10월에는 수원시내 한 쇼핑센터에서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살배기 아이가 3층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2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가 떨어진 2층과 3층 사이는 5m 높이로 보기에도 위험했지만 주의 표지판 하나 없었다.

이처럼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낙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에스컬레이터 옆 공간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안전망이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모든 층이 아닌 중간 층에 하나 정도 설치돼 있을 뿐이다. 현재 안전망 설치는 백화점 규정상 의무사항은 아니며 설치되어 있는 안전망도 사람이나 무거운 물체가 추락하는 경우 견딜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서울의 명동에 위치한 A백화점은 1층부터 3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어떤 안전망도 설치돼 있지 않아 1층의 화장품 코너가 내려다보인다.

학교와 가까워 A백화점을 자주 찾는 대학생 김혜연(23)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하다"며 "음료수 캔을 들고 있다가 아래로 떨어트릴 뻔 했다. 그때 놓쳤으면 밑에 지나가던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며 1층과 3층 사이에 안전망을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B백화점 내부모습.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서울시내 B백화점 내부모습.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 장지혜
명동의 또다른 대형 백화점인 B백화점 역시 안전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1층에서 3층까지는 어떤 안전망도 없으며 3층과 4층 사이에만 하나가 있을 뿐이다. 취재결과 압구정에 위치한 C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대부분의 서울시내 백화점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사고와 관련 1분 간격으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적으로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 백화점의 미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아이를 데리고 압구정 C백화점을 방문한 정지찬(가명, 33)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아이를 꼭 안는다"며 "아이가 자꾸 레일을 잡고 밖을 내려다보려고 한다. 그때마다 신경이 쓰여 이제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으레 아이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

쇼핑을 나온 주부 강선자(49)씨 역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기계가 멈추어 뒤로 넘어져 다칠 뻔 했던 경험이 있다. 강씨는 "그 후부터 될 수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며 "백화점 측이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조치에 무관심 한 듯 보인다"고 불평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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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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