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법무부장관 인선을 놓고 당청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문재인 불가' 발언에 대해 "인사문제는 이야기하려고 했던게 아니고… 기자의 유도질문에 이끌려서 미끄러진 거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일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수석 개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 같지 않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미 신임 법무부장관 후임으로 임내현 당 법률구조위원장(전 법무연수원장)을 추천해,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의장이 발언이 '김병준 사퇴'와 맞물리면서 청와대를 자극했고, 당·청 갈등으로 증폭되었다.
김근태 "노 대통령 탈당설은 잘못된 것"
이에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어제는 청와대 비서실장께서 화 내셔서 또 걱정이 많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표정도 밝게 해야겠다"며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라고 강조, 사태를 수습하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침묵'을 지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와전된 데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당의 입장은 유지했다. 김 의장은 "행정부 인사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국민의 마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 마음이 고려되지 않으면 만사 흉"이라고 덧붙였다.
"당은 어차피 국민의 마음 한가운데 있다.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 7·26 재보선에서 두 번이나 철저히 아스팔트에 내팽개쳐지면서 처절한 인식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모두 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마음 떨리게 느끼고 있다. 취임할 때 현충원 참배하면서 '민무불신립(民無信不立)'이라고 방명록에 썼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성현의 말씀을 새롭게 생각하고 가슴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불가'의 이유가 '코드인사'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코드인사라는 비난은 맞지 않다"며 "총선에서 제1당이 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정치노선, 정책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조를 짜서 국가를 운영하라는 것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강도 높이는 청와대...박남춘 수석 "인사권 간섭 안돼"
구체적으로 문재인 전 수석의 '무엇'이 민심과 위배되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김 의장은 "마음이다. 국정운영은 국민의 마음 위에 설 때 운영이 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존중하지 않으면 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 문제를 놓고 다시 불거진 '노 대통령 탈당론'에 대해선 "잘못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 후보는 어느 특정정당의 후보로 나오는 거 아니냐. 그럼 그 정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당에 대해서 대선이나 다음 총선을 통해 심판하면 된다. 그게 대의제 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이걸 갖고 장난을 치면 불 구경하고 싸움 구경 좋아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자꾸 (언론에서) '리바이벌'(반복)시키면 안 된다. 잘못된 것이다."
한편 청와대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언론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당까지 문제를 삼고 있어 대통령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며 "인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 인사권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리면 안됩니다'란 글을 통해 "지금은 차질없는 국정위해 손발 맞는 사람이 필요한 때"라고 말해 문재인 전 수석의 장관 기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