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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무더위가 시골 마을을 덮치고 있다. 여름을 이기는 보양 음료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영지버섯 농장에 다녀왔다.
영지버섯은 단백질, 당, 아미노산 알칼로이드, 베타인, 에르고스테롤 등의 약성이 있어서 일명 불로초, 만년차라고도 하며 신비로운 효능이 많아 영지(靈芝)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식용 버섯들에 비해 먹는 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다소 쓴 맛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한 편이었다.
거기에 뚜렷한 판매처도 없어서 한때 영지를 재배했던 농민들도 포기했던 작물이었다. 그런 영지버섯을 인터넷으로 판매해서 영지버섯 대중화는 물론 쏠쏠한 수입을 올리는 이가 있다. 바로 부여군 규암면의 '부여장수 영지상황버섯 농장' 대표 이준환, 정순영(50) 동갑내기 부부이다.
영지(靈芝) 버섯은 이 삼복더위가 수확 시기라서 농장에는 그야말로 잘 생기고 신령스럽기까지 한 영지버섯들의 천국이었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라기까지 꼬박 1년 동안 지하 암반수로 습도를 조절하고 황토 땅에서 온도를 맞추며 정성으로 관리한 결과라고 한다.
부여의 시골 마을에서 유통업으로 잔뼈가 굵었던 이준환 사장은 농촌이 점차 피폐해지고 노령화가 되면서 인생 이모작으로 영지버섯 재배에 뛰어들었다. 농사 경험은 없었지만 성실과 뚝심만 믿고 친구들의 어깨너머로 재배사 짓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 첫해 영지 농사에서부터 풍작을 했다. 그러나 판로가 문제였다.
그렇게 첫 수확한 영지를 유통 업자에게 헐값에 넘기고 그는 날마다 쓰린 속을 소주로 달랬다. 영지 농사를 포기할까를 고민하는 동안 부인 정순영씨는 농업기술센터와 여성문화회관 등 컴퓨터를 무료로 교육해 주는 곳을 찾아다니며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과연 팔릴까 하는 의문 속에 정순영씨의 노력으로 인터넷에 영지버섯 농장을 개업한지 3년여. 인터넷 사이트 옥션의 영지버섯 코너에서 판매 2위에 올랐다.
"하루에 한 개가 팔리든 안 팔리든 3년 동안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켰더니 이제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주더군요. 흔히들 인터넷에는 단골이 없다고 하는데 저희 고객들은 거의 두 번 이상 구매한 단골들이죠."
다른 인터넷 가게들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3년 동안 한결같이 검색창에 영지버섯을 치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영지버섯은 주로 보리차처럼 끓여 먹는데 처음에는 쓴맛 때문에 적응이 안 되지만 차게 식혀서 먹으면 쓴맛도 덜하고 갈증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거기에 그 쓴맛에 길들여지면 요즘 같은 더위에 입맛을 잃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더위를 이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객들이 ‘중국산’이 아니냐고 물을 때는 속이 상하다 못해 허탈하죠."
우리 농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에 밀려 제자리를 못 찾고 있는 현실 속에서 농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넘어야할 불신의 벽 역시 인터넷 판매가 해결해주었다. 정순영씨는 재배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영지버섯과 함께 복용할 수 있는 대추와 감초 등을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가게의 입지를 다졌다.
그런 노력과 정성은 지방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만드는 영지버섯 음료에 원료로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까지 했다. 살림 밖에 몰랐던 평범한 주부였던 부인이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으로 영지버섯을 판매하는데 힘입은 이준환 사장은 매년 농장을 늘려가면서 부가가치가 있는 상황버섯까지 재배하기에 이르렀다.
상황버섯은 영지보다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암 환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건강식이라 재배사를 돌볼 때는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가짐이 된다고 한다. 정 순영 여사는 영지버섯 때문에 인터넷 세상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서 자녀들과의 세대 차이도 극복하고 전업주부로서 느끼는 열패감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편 이준환씨가 현장에서 직접 버섯을 재배하면서 느끼는 고충과 보람을 사이버 세상에서도 올리면서 이모작 인생을 멋지게 가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