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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다 뭐야?"
"들어나 봤나. 생수저금통이라고."
친구는 생수통이 저금통인 것에 1차로 놀라고 그 속에 든 만만찮은 지폐에 2차로 놀랐다.
"재미있제?"
"야, 재미는. 당장 은행 갔다 넣어라. 누가 들고 가기 딱 좋겠다. 지폐 위주로 모았으니 무겁지도 않고 말야."
"우리 집에 무슨 도둑이 들겠다고?"
"아무리 없어도 도둑이 가져갈 것은 있어. 그리고 이걸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없는 도심이 저절로 생기겠다. 빨리 꺼내서 은행에 맡기고 새로 시작해."
설마, 그럴 리야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충고를 들은 이상 이전처럼 태연하게 생수저금통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의 계획인 가득 채울 때까지 넣는 것을 포기하고 친구를 보낸 그 저녁 당장 꺼냈다.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해 하며 네 식구가 시끌벅적하게 지폐와 동전을 분류하였는데 허걱! 124만 몇 천원이었다. 지폐가 110만원이고 동전이 14만원 조금 넘었다. 생수저금통에 관한 기사를 쓴 것이 지난해 3월 15일이었으니 얼추 1년 반 조금 못되는 기간의 저금액이 되는 셈이었다.
지폐의 부피로 가늠해 보건대 만약 만원 권 지폐 위주로 넣어서 생수통을 가득 채운다면 천만원은 너끈히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으로는 우리 집 정도로 넣으면 한 십년은 걸릴 것도 같았다.
다음날, 잘 도착하였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 '니 말에 최면이 걸려 만장일치로 생수저금통 털 것에 동의'했고, 그 돈이 모두 백만원이 넘었다고 하니 친구는 그렇게나 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많았어?"
"응, 덕분에 '돈 잔치' 했다. 후후."
아무튼, 친구의 우연한 일침에 생수저금통의 돈은 생각보다 빨리 도중에 꺼내지게 되었다. 그동안은 전혀 답답하지 않았는데 막상 저금통 속을 비워내고 나니 내 속이 다 시원하였다. 다른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빈 털털이가 된 생수저금통은 다시금 조금씩 배를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