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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공격받고 있다. 발단은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교육위원 대거 낙선, 성과급 반납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9만 조직 전교조 조직에 대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전교조는 보수언론의 공격대로 좌경화 된 '이익집단'에 불과한 것일까?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의 주체로 신뢰 받는 교원노조가 되겠다는 합법화 이후의 약속은 척박한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전교조가 과연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7일 오전 전교조는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전교조 투쟁방향 등 주요 사안 운동권출신 8~10명 지휘(8/3)>)가 흑색선전, 색깔공세, 근거 없는 비난으로 내용이 채워진 광적인 보도형태라고 지적했다.
7일 오전 전교조는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전교조 투쟁방향 등 주요 사안 운동권출신 8~10명 지휘(8/3)>)가 흑색선전, 색깔공세, 근거 없는 비난으로 내용이 채워진 광적인 보도형태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000억원 반납투쟁으로 성과급 제도 파탄내자. 지금보다 더 강하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 : 장혜옥) 홈페이지(http://www.eduhope.net/) 대문에 걸려 있는 문구다. 교육부가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급한 성과급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묻어 있다.

장혜옥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지도부는 서울 세종로 교육부 앞에서 55일 동안 농성을 진행했다. 그러나 언론에는 '평가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쳤다. 농성을 왜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기에 이른바 북한 역사책을 인용한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에 대한 색깔공세까지 더해졌다. 공교롭게도 7월 31일 치러진 제5기 교육위원 선거에 전교조는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를 기록했다.

4년 전 교육위원 선거에서 35명을 추천해 24명을 당선시켰던 것에 비해 올해는 42명 가운데 당선자는 14명뿐이었다. 대신 관료들 60%가 대거 교육위원에 당선됐다.

전교조가 공격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 전교조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논평, 기자회견 12건 가운데 50%인 6건이 보수신문을 향한 '전교조 음해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급기야 7일 오전에는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전교조 현 지도자문위원)까지 나서 '조선일보의 왜곡, 허위 보도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발표했다.

보수세력 총공세에 반격 나섰지만...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 입구. 9만 조합원을 거느린 전교조가 '성과급 반납, 교육위원 대거 낙선' 등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 입구. 9만 조합원을 거느린 전교조가 '성과급 반납, 교육위원 대거 낙선' 등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분위기는 자못 비장했다. 전교조에 대한 흑색선전, 색깔공세, 근거 없는 비난이 도를 넘어 테러 수준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조선일보>도 지지 않고 8일 보도를 통해 전교조를 '견제하기 힘든 교육권력'이라고 공격했다.

이미 <조선일보>는 8월 3일과 4일자 신문을 통해 '전교조 투쟁방향 등 주요 사안 운동권 출신 8~10명이 지휘', '전교조 조직 위축 위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사설과 기사를 통해 "전교조가 외면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수언론의 색깔공세 뒤에는 전교조의 주장대로 ▲수구·보수세력들의 정치적 결집 강화를 통한 정치적 지지 확대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통한 진보·개혁세력 성장 차단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

또한 사학법 재개정 국면에서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와 반(反)전교조 정서를 확산시켜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교원노조의 결집을 강화하려는 성격이 크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교원평가 반대와 성과급 반납, 방과후 학교 반대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 교육위원 대거 낙선사태 등은 과거의 상황과 사뭇 다르다. 이것은 어쩌면 공룡처럼 변해버린 9만 전교조 조직에 대한 경고음과도 같아 보인다.

교육위원 선거의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투표권을 가진 운영위원 중 50% 정도는 이미 선출초기부터 투표성향이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학교장과의 친소관계에 영향을 받게 되고, 또한 선거인수가 비교적 적은 간선제 방식이므로 조직과 돈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

선거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했던 전교조 관계자들은 "교육의 기득권 세력들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똘똘 뭉쳐 움직였지만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전교조가 변화에 둔감했다는 이야기다.

성과급과 교원평가제, 방과후 학교 반대 대해서도 "옳은 일"이라는 당위가 앞선 나머지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지 않으려면...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7년차 교사 ㅎ씨는 전교조 조합원이다. 그는 "학생과 수업에 충실한 것"이 교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ㅎ씨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평가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부분에 공감하고 있고. 하지만 지금 같은 평가틀은 문제가 있다."

ㅎ씨는 "100%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승진에 목숨 건 교사들을 보면 점수를 따기 위해 수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면서 "지금 같이 위에서 평가하는 시스템이 고착화 된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평가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전교조도 조합원이 많아지면서 현장에 있는 조합원과 지도부의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도저히 학교 실정에서는 어려운 사안인데 옳은 것이니 무조건 하자고 한다. 연가투쟁 같은 지침이 내려오는 걸 보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주변에 어떤 교사들은 너무 이익집단화됐다면서 전교조를 탈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뭔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물론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교사 8년차인 ㅂ씨는 "전교조 교사들은 일부 언론의 공격과는 달리 현장에서 신망받고 교육환경의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전교조가 앞장서서 어려운 싸움을 진행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지난 3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12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혜옥 위원장(가운데).
지난 3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12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혜옥 위원장(가운데).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교조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 9만 여명이 기본급 0.8%를 매달 조합비로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지만 예전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을 설득하고, 교육 주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대안을 외치지만 외부에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는 것도 근심거리다. 수 많은 교사들이 1년에 한 차례씩 모여 교육 제도와 수업 개선을 위해 참교육 실천대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교조는 올해 2대 핵심과제로 '아이들 살리기'를 정하고 5월부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함께 학생 인권, 자치법 법제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 15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아이들 살리기 운동본부를 발족시켜 활동을 시작했다.

전교조 지역지부가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장애인학생들에 대한 교육차별 철폐와 교육권 확보를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은 "두발이나 체벌, 그리고 급식 문제 등이 그래도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전교조 교사들이 현장에서 끊임 없이 노력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면서 "활동을 알리는 데 미숙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언론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면만 부각시키면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전교조가 '철밥통 교사도 정리해고 될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불안감에 기대어서는 개혁세력으로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기대에 걸맞게 변화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지역에서 교육위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박경양 전 회장은 전교조가 현장으로 돌아가 참교육의 끈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과거에도 빨갱이로 공격 받았지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지지는 현장에서 보여준 교사들의 참교육에 대한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교조가 조직이 커지면서 대정부 투쟁 일변도의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데, 우선 학교현장으로 들어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는 "정당한 주장이 지금 탄압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 진정한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답답한 교육현실이 너무 고단하다.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는 자기들이 겪어보지 못한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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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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