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미인 같다는 황신혜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태풍을 몰아쳤던 장동건.
대표적인 미인과 미남으로 꼽히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인의 얼굴’을 대표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한국인답다’는 느낌은 잘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인다운 얼굴과 한국인답게 느껴지는 얼굴, 그리고 한국인의 인상으로 어울리는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은 세계에서 눈이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또한 이마의 앞부분이 좁고, 눈에서 눈동자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으며, 턱의 가로 폭이 긴 특징을 지녔어요.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눈과 눈동자가 작기 때문에 무섭고 무뚝뚝할 것 같다는 평을 많이 해요.”
지난 1986년부터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해 온 ‘한서대학교 부설 조용진얼굴연구소’ 조용진 교수의 진단이다. 조 교수는 한국인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한국인의 얼굴’이라는 디지털콘텐츠를 2005년 개발했다.
한국인의 얼굴은 북방계, 남방계, 귀화계가 뒤섞였다
기자를 보자마자 첫 눈에 북방계라고 규정한 조 교수는 자신은 전형적인 남방계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특징을 묻자 조 교수는 남방계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방계는 이와는 정반대.
“머리카락이 굵다, 흰머리가 많다, 이마의 세로길이가 짧다, 눈썹이 진하고 치켜 올라갔다, 쌍꺼풀이 있고 눈이 크다, 코의 길이가 짧고 코끝이 둥글며 콧방울이 또렷하고 크다, 수염이 많다, 입술이 두텁다, 얼굴이 네모지다, 귓불이 있다, 피부가 가무잡잡하다.”
조 교수가 수집·정리한 콘텐츠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얼굴은 크게 북방계 70∼80%, 남방계 20∼30%, 귀화계 일부가 뒤섞여 있다. 단일민족이라 부르는 우리의 얼굴이 사실은 뒤섞였던 것.
콘텐츠는 1911년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찍어 놓은 당시 128개 군의 인물사진들부터 조 교수가 미술해부학을 공부하며 정리한 자료와 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연구한 자료 그리고, 얼굴연구소에서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측정한 3천여 명의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개발했다.
이러한 자료에서 눈, 코, 입, 귀 등에 대해 1천 건이 넘는 수치를 특징 별로 뽑아서 개발한 콘텐츠는 시대, 지역, 연령, 계층, 체질별로 한국인의 평균얼굴형을 제공한다. 전문가칼럼을 통해서는 한국인의 얼굴과 세계인의 얼굴을 비교해, 한국인다운 얼굴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미스코리아 한국대표가 한국인 표준은 아니다
다음은 ‘한국인의 얼굴’ 콘텐츠와 관련,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조용진 교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국인의 얼굴이라 함은 가장 한국적인 얼굴로 한국에서만 나오는 얼굴이에요.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의 평균을 구해서 비교해 보면 쉽게 구별이 갑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옆얼굴을 보면 귓구멍에서 코와 인중이 만나는 지점까지의 직선 거리가 일본인에 비해 2mm정도 짧다는 수치가 나옵니다. 한국인의 얼굴은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 사람과 구별됩니다."
- 최근 선발된 미스코리아는 한국인다운 미인이라 할 수 있나요?
"제가 심사위원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인이 꼭 표준은 아닐뿐더러 평균인의 얼굴은 머리 속에만 있지 현실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나갈 것을 감안해 미스코리아를 뽑지 않나 싶습니다. 국내용이 아니라 해외용이라고 할까요."
- 미남과 미인에 대한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의 기준은 얼굴에 대한 분별력보다는 누적된 평균얼굴형이 결정한다고 봅니다. 엄마와 아빠만을 보다가 동네사람들을 보고,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사람들, 이런 식으로 평균얼굴형에 대한 인식이 누적되거든요.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고 지구촌화 되면서 미의 기준 자체가 한국인이 아니게 되었어요. 서양의 8등신 미녀들과 멋진 영화배우들이 머리 속에 자꾸만 쌓이다 보니 그렇게 변화하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만화 속 인물이 누적된 평균얼굴로 자리하는 등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얼굴이 평균얼굴로 인식되면서 미의 기준이 자꾸 변화한다고 봅니다."
- 얼굴에 대한 분별력과 누적된 기억력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인종이 다르면 얼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백인들은 황인종인 한국인과 중국인을 쉽게 구별하지 못해요. 이는 서양인들이 각 나라에 대한 분별력보다 동양인이라는 누적된 평균얼굴형에 대한 기억이 앞서기 때문이죠. 우리들이 동남아 사람들을 나라 별로 일일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요.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는 것은 얼마나 자주 보느냐에 딸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똑 같아 보이는 쌍둥이도 엄마는 한 눈에 구별하잖아요. 예전에 쌍둥이 엄마와 인터뷰를 하는데 '뭐가 똑 같으냐'며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요. 얼굴에 대한 미의 기준과 분별력 그리고 누적된 기억력은 상호 관계가 있어요."
- 한국인의 얼굴을 북방계, 남방계, 귀화계로 구분하셨는데 이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각 계통은 유전을 통해 유지됩니다. 외모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대립형질로 구성돼 있는데 그 조합은 상당히 단순해요. 하지만 그 작은 차이를 구별하는 눈은 무척이나 발달했죠. 북방계는 우측이마가 돌출돼 있어 오른쪽 뇌가, 반대로 남방계는 왼쪽 뇌가 발달했어요. 오른쪽 뇌는 직관력과 창의력이 우수하고, 왼쪽 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강합니다.
북방계가 다수인 한국인은 그래서 오른쪽 뇌인 감성뇌가 우세하죠. 한국인 중에서 작곡가나 지휘자보다 연주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작곡가와 지휘자는 청각을 다스리는 왼쪽 뇌가 발달했고, 연주자는 운동과 감각을 조율하는 오른쪽 뇌가 발달했기 때문이죠."
해안가에는 남방계가 산악지대에는 북방계가 많다
- 그럼 한국인의 얼굴도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건가요?
"해안가에는 남방계 얼굴형이 많고 산악지대에는 북방계 얼굴형이 많아요. 이는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등 지역 별로 표준형 얼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얼굴은 결혼과 유전자를 통해 후대에게 전해지는데 보통 결혼이라는 것이 4km 이내의 남과 여가 만나서 이뤄졌거든요. 그래서 지역유전자가 남아 있는 겁니다."
- 얼굴 연구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요.
"해부학과 얼굴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니 사실 전문가는 저 혼자일 정도라서 외면 받는 것은 없는데 제자 육성이 어려운 것은 맞아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부학을 전공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1mm 차이로 구별되는 것이 사람의 얼굴이라 그것을 전수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요."
- ‘한국인의 얼굴’을 개발한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국인의 얼굴이 어떤 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요. 한국에서만 나오는 얼굴을 안다는 것은 중요해요. 예를 들어 문화산업적으로 홍길동을 만화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한국적인 홍길동이 좋잖아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국적 불명의 홍길동이 나옵니다. 우리 얼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익숙한 일본만화 풍으로 변형되는 식이죠.
또한 얼굴은 유전에 의하여 특징이 만들어지므로 얼굴을 통해 한국인의 유전자 특징을 정의할 수 있어요. 얼굴의 특징은 결혼에 의하여 증폭, 확산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역차를 조사해 얼굴유전자의 유입 경로를 추정할 수도 있고,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생물학적 단서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인의 얼굴 콘텐츠는 단순히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사람들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는 않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얼굴에도 해당됩니다. 만화든 만화영화든 역사물을 다룬 영화든 우리 얼굴의 원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있잖아요."
- 한국인의 얼굴에 가장 가까운 배우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나요.
"황신혜와 장동건은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이에요. 북방계가 다수인 한국인 얼굴로는 한석규와 신은경을 들 수 있어요. 한국인 얼굴의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얼굴은 사실 나오기 힘든 경우죠."
덧붙이는 글 | 한서대 부설 조용진얼굴연구소의 ‘한국인의 얼굴’ 콘텐츠 자료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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