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 모인 20여명의 사람들은 고 하중근, 전용철, 홍덕표씨의 영정 사진 앞에 향을 피우고 헌화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택순 경찰청장은 사과하라"고 외치던 구호를 잠시 멈춘 채 눈을 감고 묵념을 시작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파업의 올바른 문제해결과 건설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는 집회 도중 숨진 노동자 하씨와 농민집회 도중 사망한 고 전용철·홍덕표씨에 대한 약식 추모행사도 있었다. 고인이 된 하씨는 지난달 16일 포항시 형산강 로터리 집회 도중 머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뒤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1일 사망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건설노동자 하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사고와 연관된 전경부대 해체 ▲노무현 대통령의 사죄 및 유족에 대한 보상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3일 하씨의 부검 과정을 참관한 시민단체 소속 한 의사가 '둥근 모양의 두꺼운' 둔기가 왼쪽 귀와 뒤통수를 파고들어 두개골을 무너뜨렸고, 그 충격으로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둥근 모양의 두꺼운 것이라면 경찰이 집회 현장에서 불을 끄기 위해 갖고 다니는 소화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 노동자들이 쇳가루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모래 섞인 도시락을 먹으며 쉬지 않고 일해준 덕분에 포스코가 15조 이상의 매출액과 높은 국제 신인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이들이 '하루 8시간 일하겠다', '토요일에 쉬고 싶다', '근로기준법대로 해달라'고 요구하자, 대체인력을 실어 날랐고, 노동자 350명을 해고시켜 버렸다"고 주장했다.
사회진보연대 활동가인 장진범씨는 "작년 말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이 사망했다"며 "정부는 올해도 역시 변함없는 탄압 행위를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91년 학원자주화투쟁 도중 경찰의 폭행으로 사망한 고 강경대씨의 부친 강민조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씨는 "아들 역시 경찰에 의해 죽어갔다"며 "지금 경찰이나, 일제시대 경찰들이나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하루 빨리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대위는 11일부터 경찰청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변지혜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