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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8·15 야스쿠니 참배 공약을 단 한 번도 성사시킨 적 없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퇴임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8월 15일 신사 참배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권 등이 나서서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의 태도에서는 어딘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물론 중국 측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는 있지만, 중국 측의 공식 비판에는 예전 같은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8월 13일자 베이징 발(發) 보도에서, 중국이 한편으로는 일본을 비판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통신은 중국 인민대학의 중일관계 전문가인 황다휘의 말을 빌려 "중국의 반응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하면서 그 이유는 "대중 여론과 시기적인 타이밍(timing)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야스쿠니 참배 그 자체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라 중국 내 여론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또 템플대학 일본 캠퍼스 필 딘스 교수(국제관계학 전공)의 말을 빌려 “설사 고이즈미가 신사를 방문하더라도, (중국) 공산당 정부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야스쿠니 문제보다는 중일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이유에 대한 통신의 분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를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중국 내 민족주의에 대한 공산당 정부의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 중국 정부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고 중국 내 민족주의로부터 압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억제하는 방향을 지향할 것이라고 필 딘스 교수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측했다. 중국 내 민족주의는 중국 정부가 이미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필 딘스 교수의 분석이다.
둘째, 중·일 무역관계와 관련한 중국측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통신은 중국 정부가 야스쿠니 참배보다도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중국 내 반발을 더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를 중·일 무역관계라는 실용적 측면에서 찾았다.
중국측 무역통계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중·일 양국의 무역규모는 전년도 상반기에 비해 11.2% 증가한 962억 달러에 달한다. 지금 중국 지도부에서는 이 같은 중일 무역관계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의 분석이다.
셋째, 아베 장관에 대한 중국 측의 낙관적 기대감 때문이다. 통신은 중국 측이 중일관계 안정을 추구하는 세 번째 이유로 아베 장관에 대한 중국측의 낙관적 희망을 들었다. 통신은 중국측은 아베 장관의 실용적 기질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재계 및 사회 일반의 여론이 '아베 신조 총리대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측이 아베 장관에게 기대감을 걸고 있다는 증거로서, 통신은 최근 아베 장관의 야스쿠니 비밀 참배 보도가 나간 이후 한국측이 격렬한 반발을 보인 데 반해 중국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점을 들었다.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에 기인하여 중국 정부는 실제로 금년 초부터 중일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통신의 분석이다. 통신은 인민대학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인홍의 말을 빌려 "중국은 해양경계, 에너지, 국제적 영향력 등을 둘러싼, 잠재적이고 폭발적인 쟁점들을 억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정부의 기류는 금년 초부터 감지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금년 초부터 중국 관리들이 일본 정부 및 자민당 인사들과 접촉해 왔으며, 중국측 인사들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인민대학의 스인홍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간 중·일 양국은 갈등을 통제하는 면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며 "이러한 쟁점들이 결코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양측은 적어도 문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 그 자체보다도 참배에 대한 중국 내 반발을 더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처럼 중일관계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국 내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심 ▲금년 들어 크게 늘어난 중·일 무역규모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장관에 대한 기대감 등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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