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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욱 만신이 야스쿠니 합사 원혼들을 천도하는 중 유족할머니들과 함께 오열한다.
서경욱 만신이 야스쿠니 합사 원혼들을 천도하는 중 유족할머니들과 함께 오열한다. ⓒ 김기
길닦음 중 눈물을 견디지 못하는 유족들. 우측이 유족대표 이희자씨
길닦음 중 눈물을 견디지 못하는 유족들. 우측이 유족대표 이희자씨 ⓒ 김기
다섯 번 길닦음한 보기 드문 진혼
다섯 번 길닦음한 보기 드문 진혼 ⓒ 김기
한국, 대만, 일본 3국으로 구성된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의 이틀째(14일) 집회는 메이지공원에서 이어졌다.

낮부터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기습참배 소식이 들려 뒤숭숭한 가운데 각국 참가자들은 메이지공원에 홍보천막을 설치하고 서로의 정보를 나누는 한편 오후 2시부터는 다양한 문화행사로 야스쿠니공동행동의 행동원칙이 평화적이고 문화적임을 보였다.

일본, 한국 등 각국에서 노래운동을 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실천하는 사람들의 부드럽지만 결연한 의지를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한국에서는 백창우, 홍순관, 김가영, 이수진 그리고 '굴렁쇠' 어린이 노래패가 등장해서 주목을 받았다. 대만팀은 전날에 이어 대만 원주민들로 구성된 민속음악을 선보여 연일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각종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메이지공원 광장에서는 홍성담 등 미술가들이 긴 광목을 여러장 설치하여 그림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술가들이 먼저 그림을 그리자 각국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하나 둘 퍼포먼스에 참가했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그림 혹은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날 문화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무렵부터 시작된 한국 서경욱(최영장군 당굿보존회장) 만신의 진혼굿이었다. 굿이 시작되자 그간 더위 때문에 멀리서 무대 쪽을 관망하던 각국 참가자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굿판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정대협 할머니들과 유족 할머니들은 굿판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길닦음 직전 메이지공원 내 거의 모든 사람이 길가름천을 잡고 섰다.
길닦음 직전 메이지공원 내 거의 모든 사람이 길가름천을 잡고 섰다. ⓒ 김기
작두에 오른 서경욱 만신
작두에 오른 서경욱 만신 ⓒ 김기
문화행사가 무대에서 진행되는 동안 한일 미술가들은 기다란 광목에 그림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은 홍성담씨.
문화행사가 무대에서 진행되는 동안 한일 미술가들은 기다란 광목에 그림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은 홍성담씨. ⓒ 김기
이날 촛불 퍼포먼스에 사용된 촛불 2천 개는 재일동포 청년들이 땀흘려 만들었다.
이날 촛불 퍼포먼스에 사용된 촛불 2천 개는 재일동포 청년들이 땀흘려 만들었다. ⓒ 김기
이날 굿은 양종승 학예연구관의 해설로 진행되었는데, 본래 한국 2만1000명, 대만 2만8000명 등 야스쿠니에 강제 합사된 영혼들을 진혼·천도하기 위해서는 사흘 이상의 굿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때문에 서경욱 만신은 초감흥으로 굿을 열고 칠성거리를 잠시 논 후 바로 작두거리로 넘어갔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애기씨당굿 보유자인 최형근씨와 3명의 악사가 연주하는 가운데 작두에 오른 서경욱 만신의 모습에 공원은 굿판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어 이날 굿의 진정한 목적인 천도를 위한 수왕가르기(길닦음)를 위해 다섯줄의 기다란 행렬이 생겼다.

서 만신의 길가르기가 유족할머니들이 천을 잡은 줄에 들어서자 갑자기 만신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할머니들의 오열이 터져 나온 것이다. 만신은 할머니들과 한참을 같이 울고 주변 사람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들은 "아버지, 왜 억울하게 이곳으로 끌려와서 말도 못하고 죽었어요!"하며 좀처럼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만신은 길닦음을 마친 뒤 할머니들과 함께 천을 태우면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많은 삶을 닫은 원혼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꼭 전쟁 없는 평화로운 나라, 징용당할 일 없는 강한 나라에 태어나세요"라고 말해 행사장은 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홍승관, 김가영, 굴렁쇠, 백창우, 이수진(왼쪽부터) 등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홍승관, 김가영, 굴렁쇠, 백창우, 이수진(왼쪽부터) 등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 김기
한국유족회원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대만입법의원 진쑤메이
한국유족회원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대만입법의원 진쑤메이 ⓒ 김기
촛불퍼포먼스.
촛불퍼포먼스. ⓒ 김기
굿이 끝나고 일본에 머무르던 김희선 의원이 무대에 올라 서경욱 만신을 격려하고 "야스쿠니에 강제 합사된 억울한 영혼들을 반드시 분사해 고국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면서 "3국에서 모인 모든 사람들의 행동은 시대의 부름이기에 정당한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리고 항공촬영을 위해 참가자 모두가 촛불을 양손에 들고 'YASUKUNI NO'를 만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 촛불집체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고이즈미로 분장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 고이즈미 총리를 풍자하는 해프닝을 벌여 참가자들의 웃음을 끌어냈고, 주변에 지켜보던 일본 기자들도 흥미롭게 취재했다.

14일 메이지공원 문화행사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기습참배설로 많은 기자들이 야스쿠니에 집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언론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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