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날, 어머니에게 호수공원 분수대를 구경 시켜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면서 하시는 말씀이 재미있다.
“저 나무 많이 컸네. 내가 걸어 다니던 곳인데. 참 많이 컸네.”
“여기 걸어서 오신 적이 없어요. 어머니.”
“아니, 많이 본 곳인데.”
“여기는 서울 아니에요. 이사 왔어요.”
“그래. 내가 또 깜빡했네.”
어머니 스스로 기억이 깜박깜박 하시는 것을 인식하시면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가, 할머니 기억 못할 때 ‘왜 저러시나’ 했는데 내가 기억이 없어.”
“어머니, 나이 들면 다 기억력이 떨어져요. 괜찮아요.”
“왜 그런지 몰라.”
“노인들은 다 그래요? 드리는 밥 잘 드시면 그게 최고예요. 최고.”
가능하면 어머니 같은 노인들에게는 먹는 것으로 말을 맺으면 좋다. 어린아이 같은 사고체계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우유를 드리면 맛있게 드신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자꾸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한다. 들어보면 시간이 혼동된 이야기들이다. 지난 주 만난 시집간 딸을 어제 만나고, 10년 전 살았던 동네의 이웃도 어머니는 최근에 만나셨다. 그리고 옆집에서 빵을 가져와 드셨다고 하신다. 그래도 들어주는 것은 노인들에게 힘이 된다. 혼동된 시간이지만 당신에게는 삶의 이야기다.
어머니 같은 노인들은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 지난 월드컵 때의 일이다. 어머니와 함께 우리나라와 토고와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빨간 옷을 입은 선수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이라고 설명을 붙여가며 해설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잠시 후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문을 열어보니 우리나라가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계셨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이긴 재방송 경기였다. 한참 웃었다. 그러나 당신의 의지로 그런 결정을 하셨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나는 가능하면 어머니에게는 ‘치매’라는 단어를 안 쓴다. 그냥 기억이 좀 떨어지셨다고 표현한다. 어머니도 그렇게 알고 계신다. 지금 어머니는 치매라고 단정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모호한 상태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 좋아지셨다는 표현은 흐려지는 기억 속도가 거북이가 됐다는 말이다. 치매를 거북이로 만든 것에는 생활태도와 환경 그리고 음식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기억이 흐려지면서 우리 집에는 식문화가 달라졌다. 식단이 생기고 간식의 범위가 생겼다. 어머니에게 좋은 먹을거리는 우리 집 중심식단이다. 실상 치매 노인에게 좋은 음식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들이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어머니에게 좋다는 음식에 대한 정보를 얻어 적용했다. 잡곡밥과 우유, 등 푸른 생선, 카레는 기본이다. 여동생에게서 가끔 공수되는 음식도 그런 것들이다.
어머니가 주로 드시는 음식을 소개한다.
1. 잡곡밥 - 현미, 메밀 등 잡곡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2. 고등어와 참치 -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3. 카레 - 쿠르쿠민은 산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감소시킨다.
4. 우유와 두부 - 우유와 콩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5. 명란젖 -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6. 호박과 당근 - 카로틴이 풍부하다.
7. 신선한 야채 - 비타민과 엽산, 무기질이 풍부하다.
8. 토마토와 말린 무 - 칼륨이 풍부하다.
9. 녹차 - 주성분 카데킨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10. 영지버섯 - 항염 활성성분이 뇌의 염증과 노화를 억제한다.
11. 건과류(땅콩, 호두, 잣) - 비타민E가 풍부하다.
12. 비타민 C - 식사 후 복용한다.
그리고 장조림과 계란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가끔 드린다. 최근에 어느 자료에서 ‘포도주’가 좋다는 연구결과를 보았다. 매일 포도주를 2∼5잔 이상 마셔온 프랑스의 할머니들이 머리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였다. 이유는 포도주가 혈압 및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늦추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에 비추어보니 음식 조절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머니가 드시는 음식은 가족들에게도 좋은 것들이다. 그리고 혹 유전인자에 있을지 모르는 가족력의 가능성을 미리 예방하면 좋을 것 같다. 음식조절은 일석다조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어머니는 이래저래 유익만을 남기신다.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은 순간의 어려움에 너무 빠지지 말고 길게 보기를 바란다. 오히려 노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늙어 간다. 그러나 아직은 준비하고 예방할 시간이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