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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말이지요. 기계에 의지해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두 다리를 이용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니 '불편'이지요. 그러나 땀 흘린 뒤에 오는 쾌감은 그 불편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게다가 기꺼이 '즐거운 불편'을 택한 덕분에 건강을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통해 행복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많은 행복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 <오마이뉴스>가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펼치는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의 여섯째 주에 선보일 내용들입니다. <편집자주>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여행객들이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있다.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여행객들이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지하철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출ㆍ퇴근시간이 아닌 시간대에 지하철 전동차에 한 칸 정도를 자전거를 위해 두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전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오르내리는데 문제는 없다. 지금은 서울 대기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자전거를 타도 몸에 좋고 권장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한국일보>, 2006년 7월 7일)

지난 7월 7일 이와 같은 오세훈 서울시장 발언이 알려진 후, 다음날 오전까지 각 일간지들은 일제히 '자전거 갖고 지하철 탈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만 해도 자전거 지하철 연계가 곧 현실화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시 "교통약자들 부정적 인식 강해"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진 바가 없다. 현재 서울시에서 자전거 관련 정책은 서울시 교통운영담당관실이 맡고 있다. 하지만 교통운영담당관실측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자전거 지하철 연계 관련 부분은 교통계획과 도시철도팀에서 맡고 있다. 일단 지하철 공사 측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통계획과 도시철도팀은 서울 지하철 전담 부서다.

도시철도팀 관계자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전거 지하철 연계 구상을 밝힌 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구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에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서울메트로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가 대한노인회와 장애인연맹 쪽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했다.

서울시는 자전거를 승강기에 싣는다는 안을 세웠는데, 승강기 주이용자층이 바로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의견을 구한 결과 반응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전거와 부딪힐 수 있고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가 다시 한 번 서울메트로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 도시철도팀 이영복 팀장은 "지하철공사 측이 파악한 결과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서울시가 한 번 더 의견을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휠체어 공간
휠체어 공간 ⓒ 김대홍
이 팀장은 현재 승강기 외에 다른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승강기 활용이라는 것.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시설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공사 측이 내놓은 반대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전거 전용 경사로 등 관련 설비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노인, 장애인들과 부딪힌다 ▲차량 내 휠체어 공간을 자전거와 함께 사용하면 안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등이다.

지하철 내 휠체어 공간을 휠체어 자전거 겸용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 공간을 이미 자전거가 차지하고 있으면 휠체어 이용자들은 빈 공간을 찾아 한참 헤매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노인과 장애인 쪽의 부정적인 시각이 계획을 잠정 중단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자전거 지하철 연계는 승강기 탑승 문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영업계획팀 정평훈 과장은 "시범열차 운행 등 모든 계획은 현재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서울시 이영복 팀장 또한 "자전거 전용칸 설치나 시설 개선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사실상 자전거 지하철 연계가 당분간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전거 이용자 측 "시설 개선 필요없어... 인식이 문제"

발바리 회원인 이수진씨는 '개찰구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발바리 회원인 이수진씨는 '개찰구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김대홍
이런 서울시의 자전거 지하철 연계 구상에 대해서 자전거 이용객들은 전혀 잘못된 접근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승강기 탑승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필요가 없으며, 다른 활용 방안이 무척 많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역사 개조 같은 게 필요 없으며,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법령만 바뀌면 얼마든지 현재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지하철 차량에 자전거 싣는 문제를 좀 더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혼잡시간대 탑승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전거 전용칸에도 임신부나 노약자 전용석 있을까요? 없겠지만 우리에겐 양보의 미덕이 있으니까요"- 자출사 두주불사

"신중하게 해야되겠지요. 일단 출퇴근 시간 피하고, 전용칸을 사용한다면 문제될 것 없습니다 … 그리고 당연히 자전거 전용칸에도 일반 승객이 탈 수 있도록 해야지요."- 네이버 adrenaline_x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매니저 이남우씨는 "엘리베이터에 굳이 안 실어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 자전거를 들거나 멘 채로 육교나 지하보도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이동방법보다는 지하철의 어느 공간에 실을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객차마다 있는 휠체어 공간 활용률을 조사해서 같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많은 자전거 이용객이 지하철을 이용할까 꺼려진다면 등록제를 해도 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자전거 캠페인 모임인 '발바리' 회원 이수진씨는 "개찰구만 열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개찰구 통과가 가장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것만 해결되면 이동은 계단 등을 이용해도 괜찮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지하철 여객운송규정

제66조(휴대품의 제한)
①여객은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휴대금지품 이외에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158㎝이상 또는 중량이 32㎏이상의 기준을 초과하는 물품은 이를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개정 2000.4.6, 2002. 10.28)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물품은 이를 휴대할 수 있다.
1. 운동 및 오락용구로 길이가 2m정도의 것.
2. 신체장애인의 휠체어(개정 05.12.26)
(이 중 1번 문항에 대해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는 자전거는 불허하지만, 접이식 자전거는 가능하다고 부연 설명해 놓았다.)
해외 자전거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진석 책임연구원도 현재 서울시의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최 연구원은 "자전거 이용객들을 노약자와 경쟁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필요하지도 않고 자전거 이용객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계단 가운데 홈통만 만들어도 얼마든지 자전거를 쉽게 이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전거 지하철 탑승은 자전거와 대중교통과 접점을 찾겠다는 것"이라며 지하철과 연계는 최소한으로 하는 게 옳다는 뜻을 비쳤다. 오히려 "지하철역 주변에 얼마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자전거 이용자 측 시각 차 커

지하철에 자전거 싣기. 교통약자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다.
지하철에 자전거 싣기. 교통약자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다. ⓒ 발바리 최교현
"서울의 자전거 이용이 적은 이유가 지하철을 탈 수 없기 때문인가? …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거리 이동이 아니라 자전거 도로 등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자전거 이용자에게 불편하도록 되어 있는 교통체계 등의 문제이다.

캐나다의 저상버스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지만 자전거는 휠체어 사용자석이 아닌 버스 앞에 별도로 싣고 다니도록 되어 있으며, 호주의 지하철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지만 휠체어와 자전거가 함께 탑승할 수 있도록 전동차 내부의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 서울시처럼 휠체어 사용자용 좌석을 자전거 이용자가 사용하도록 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 <자유공간> 101호(2006년 7·8월)

장애인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정책실장이 최근 쓴 글이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자전거 지하철 연계 방안이 근본적인 자전거 활성화 방안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휠체어 공간을 자전거와 함께 사용하게 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시의 의견이 자전거 이용자들의 의견과 시각 차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는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싣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 이용자들은 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또한 서울시와 지하철 공사는 시설 개선을 하기 위해선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생각인 반면, 자전거 이용자들은 현재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이번 자전거 지하철 연계 계획. 그 계획을 두고 교통약자들은 반발하고 있고, 자전거 이용자들은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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