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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나 남매가 부모 밑이 아닌 따로 같이 살아보면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리라. 나는 며칠같이 있었는데 끊임없이 티격티격 거렸다.
서로 다른 생활 패턴과 습관, 누나와 동생이라는 위치는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웃으며 이야기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낭만은 짧고 현실은 길다고.
다시 전화가 울렸다. 5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동생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누나야, 내 다시 갈게. 누나야집에. 밥 먹었나? 내 고기 먹고 싶다. 맛있는거 사갈게" 이불도 다 빨고 청소도 다 해놨는데, 용돈도 다 주고 웃으며 인사까지 했는데 다시 돌아온단다. 그저 웃음만 나왔다.
이 상황을 알게 된 부모님은 태풍이 오고 있는데 빗길에 버스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며 어서 내려오라 다그쳤다. 동생은 동서울터미널에 있었다. 강남고속터미널을 알아보니 9시 표가 남아있었다.
동생 집에 보내기 프로젝트
'동생 집에 보내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강남고속터미널로 가서 9시 차를 타라고 알려줬다. 동생도 엄마와 통화를 한 뒤 집에 가겠다고 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내일(18일)표를 사놓은 걸 다시 환불하고 강남고속터미널로 향하게 했다. 나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혹시 길을 잃어 9시 차를 놓치면 어떡하나 싶었다.
잔여석이 남아있는지 동생이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지켜봤다. 갑자기 고속터미널 역이 복잡하게 되어있던 것이 기억났다. 아니나 다를까 동생은 문자가 왔다. 난 또 '덜컹'했다. 이 녀석 장난치는 거였다. 표를 샀다며 연달아 문자가 온다. 약 두 시간 동안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더니 눈이 아파왔다.
8시 49분 문자가 도착했다. 잔여석 확인을 해달라는 문자다. 여유로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나는 또다시 분주해졌다. 컴퓨터를 켜고 잔여석을 확인하고 있는데 이유인 즉,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 바꾸고 싶었단다. 정말 뛰어가서 콱 쥐어박고 싶었다.
이제는 정말 간다. '탓다 이제 출발한다 안능' 문자를 마지막으로 동생은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잠시였지만 떠난 자리는 그래도 허전하다
지금 냉장고에는 동생이 먹다 만 음료수가 남아있다. 괜히 일찍 보냈나 싶기도 하다. 동생이 가면 편하고 좋을 줄만 알았는데 허전하다. 워낙 서로 장난도 잘치고 잘 놀아서 그런 걸까? 심심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혈육이라는 피가 섞여서 그런가?
오늘따라 툭툭 내뱉는 경상도 소년의 무뚝뚝한 말투가 그리워진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권예지 누나야'라고 부르는 내 동생.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