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일본 내에서 8·15 참배에 대한 지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 온건론을 띠던 일본 내 야스쿠니 여론이 점차 강경론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20일 3일간 조사하고 21일에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15 참배에 대한 지지는 48%, 반대는 36%로 나타났다. 8월 15일 이전에 공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반대율이 50% 좌우로 나타났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참배 지지] "개인의 사상이니까"... "전몰자 추도는 당연"
8·15 참배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말에 대하여, 찬성자의 38%는 "개인의 사상·신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36%는 "총리가 전몰자를 추도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20%는 "한국·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참배를 보류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 5%는 "총리의 공약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중에서 '개인의 사상·신조의 문제'(38%)나 '총리의 전몰자 추도는 당연'(36%), '총리의 공약'(5%) 등의 답변들은 모두 다 고이즈미 총리 측의 '홍보문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는 총리 측의 홍보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 이것은 상대적으로 한·중 양국의 야스쿠니 반대론이 일본 여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참배 반대] "한중 외교관계 악화"... "전쟁책임 희석"
반면, 8·15 참배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말에 대하여, 반대자의 52%는 "한·중과의 외교관계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32%는 "전쟁책임을 희석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13%는 "헌법의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다음으로 차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응답자의 43%는 찬성을, 39%는 반대를 표시했다.
종전에 차기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 내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반대 여론이 많이 수그러들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1.8%가 차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했으며, 7월 중순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53%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8·15 참배 강행 이후 일본 내에서 야스쿠니 참배 찬성론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논쟁 주도권은 일본 내부로... 반대론도 수정해야
이처럼 찬성 여론이 증가한 이유와 관련하여 다음 3가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고이즈미 총리 측의 야스쿠니 홍보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올해 상반기 들어 한·중 양국의 홍보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만 해도, 야스쿠니 참배를 적극 반대하던 한·중 양국이 올해 들어서는 일본 내의 야스쿠니 논쟁을 지켜보는 쪽으로 선회한 측면이 있다. 이는 논쟁의 주도권이 일본 내부로 넘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8·15 참배 이후 일본 우익의 강경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론자들은 외교관계 악화를 이유로 내걸었지만, 8·15 참배 이후에도 일본 내에서는 외교관계가 실질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주변국들의 반대에 대한 '면역력'이 일본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15 이후 일본에서 확산하는 야스쿠니 강경론을 차단하려면, 한·중 양국 정부가 일본에 실질적인 외교적 타격을 가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한·중 양국의 야스쿠니 반대 논리에도 일정 정도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A급 전범이 있기 때문에 신사 참배를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논리로는 더는 일본 내 논쟁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한·중은 주로 일본 총리를 상대해 왔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 야스쿠니 강경론이 계속 확산하면, 한·중은 일본 총리가 아닌 일본 국민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적의 수를 줄이려면, 강경론의 확산을 끊임없이 차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