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3년부터 공청회, 업계간담회 등을 열어 사행성 게임 규제 심의규정을 논의했다. 하지만 문광부는 각계 의견을 균형되게 수렴해 반영해야 하는데, 나중에 보니 거의 게임업계쪽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의 확산 책임을 놓고 문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전 영등위원이 "7번이나 재심의와 심의기준 강화를 요청했다"는 문광부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나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권장희(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전 영등위원은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한 곳은 오히려 문광부"라고 주장했다. 권 전 위원은 사행성 게임 심의규정 제정 당시(2002년 6월~2005년 5월) 영등위 아케이드게임소위 의장을 맡았다.
권 전 위원은 이날 "영등위가 최고 20배로 정한 게임 배당률을 문광부는 최고 200배까지 높이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어린이용 게임기에도 상품권 부착 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광부가 지난 2004년 5월 10일 영등위에 보낸 공문을 증거로 내세웠다.
2004년 문광부 공문 증거로 제시
이 공문에서 문광부는 최고배당률 상향 조정(20배→200배) 이외에도 1회 게임 정액한도 상향 조정(50원 이하→200원 이하) 의견을 전달했다. 최고배당률과 1회 게임 정액한도가 높을수록 사행성은 더 커진다. 아울러 경품 한도액을 초과하는 적립금은 모두 없어지도록 한 영등위 의견을 바꿔 게임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냈다.
또 영등위는 상품권·메달·구슬·티켓 등 경품교환이나 환전 가능한 배출물을 경품에서 제외하자고 했지만, 문광부는 "게임제공업자가 판단해 제공토록 한다"는 규정만 넣자고 요구했다. 동일한 게임의 네트워크 연결도 영등위는 60대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지만, 문광부는 이 조항을 삭제하자고 했다는게 권 전 위원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파칭코, 파치슬롯, 카지노기구나 이와 유사한 게임을 부가게임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삭제를 요구함으로써 "문광부가 오락기의 도박기계화와 오락장의 사행 도박장화 시켰다"고 주장했다.
권 전 의원은 "문광부와 2003년부터 공청회, 업계간담회 등을 열어 사행성 게임 규제 심의규정을 논의했다"며 "문광부는 각계 의견을 균형되게 수렴해 반영해야 하는데 나중에 보니 거의 게임업계쪽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광부가 게임업계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사실상 게임업계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했다는 얘기다.
권 전 의원은 또 자신을 비롯한 영등위원들이 "게임업계로부터 무수한 로비 시도를 받았지만 심의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바다이야기 게임기도 몇 차례의 반려와 보완을 거쳐 '18세 이용가' 등급을 내렸다는게 권 전 의원의 주장이다.
문광부 "사실 아니다, 23일 오전 해명할 것"
한편 문광부는 권 전 위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광부는 "2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권 전 위원의 주장을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