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지하철역을 향해 가는 인도를 한참 공사 중이다. 인도를 다 뜯어내고 공사를 하기 때문에 차도로 걸어가야 해서 위험스럽기도 하고, 옆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사하는 것을 보고 불만이 참 많았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기에 이렇게 인도를 다 막아 버린 거야?'
그러나 그 공사가 국립극장에서 청계천을 잇는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공사 설명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불만스럽게만 보이던 공사현장을 보며 '서울시민을 위해서 꼭 해야 할 것을 하는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올 11월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가 마무리가 되면 서울시는 자전거를 타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제 소위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춰가는 셈이다. 그러나 훌륭한 하드웨어를 위해서는 더욱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나는 이 소프트웨어를 '건전한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시민의식에 대해서 세 가지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자전거가 소중하듯이 남의 자전거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자. 얼마 전 집앞 계단에 묶어두었던 나의 새 자전거가 깜 쪽같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서 자전거가 서 있던 그 자리를 몇 번이고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전거는 연기가 된 듯 아무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도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자전거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다. 소설가 김소진님이 쓴 <자전거도둑>이라는 제목의 글도 있지만, 내겐 자전거도둑은 정말 밉기만 하다.
둘째, 자신의 자전거를 자신처럼 소중하게 다루자. 최근에 지하철역 앞의 자전거 보관 대에 버려진 자전거가 많아서 담당 공무원들이 이것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자전거를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폐기처분 하겠다는 경고장을 아파트 곳곳에 붙여놓은 것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자전거를 소중하게 다룰 때는 건강에도 좋고 편리한 것이 되겠지만, 이렇게 버려만 둔다면 결국엔 남에게 피해가 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셋째, 내 자전거의 빠른 이동보다는 보행자를 늘 우선적으로 생각하자. 가끔 밤에 퇴계로에 나가보면 스피드를 즐기는 오토바이 광들이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끔 아찔하기도 한데,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이 다칠까 봐 그런 것도 있지만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다른 자동차들 역시 위험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전거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끔 보게 된다. 그러면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위태로워 보인다. 나 역시 급하게 달리는 자전거가 갑자기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서 길을 걷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름 모를 그 사람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던지 모른다.
또 얼마 전에 지인이 마라톤을 하다가 뒤에서 오는 자전거에 받혀서 정말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이렇듯 언제나 자전거를 탈 때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 시 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세 가지 시민의식은 모두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식을 통해서 자신의 건강과 상대방의 안전까지도 챙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신부님>(제작: 이주환PD, FM105.3Mhz)은 매일 밤 10∼12시 생방송으로 진행합니다. 이주환 기자는 이 프로그램의 담당 P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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