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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최성규·서경석 목사)을 비롯한 10개 기독교 단체들이 전시작통권(이하 '전작권') 환수 유보를 위한 서명운동을 개시하기로 하였다.

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보를 위한 기독교 긴급행동'(약칭 '기독교긴급행동')을 출범시킨 이 단체들은 오는 9월 미국 워싱턴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미 정부에 전작권 이양 유보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단체들의 이러한 행위는 과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일까? 과연 그들의 행위는 예수 및 성경 말씀과 일치하는 것일까? 이 점과 관련하여 성경 마태복음 22장 16~22절에 소개된 유명한 이야기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예수를 반대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이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하여 바리새파 교인들과 헤롯 당원들을 예수에게 보냈다. 그들의 작전은, 군중이 지켜보는 곳에서 예수의 실언을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무리 앞에서 설교하는 예수에게 다가간 반대파들은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참으로써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는 분)"라며 한껏 치켜세운다. 그러더니 예수에게 기습적인 질문 한 가지를 던진다.

"그러면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르소서. 가이사에게 세를 바치는 것이 가하나이까?"

여기서 '가이사'란 당시 이스라엘 민족을 지배하던 로마 황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이사에게 세를 바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예수를 논리적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의 나라에 충성한다면 로마황제인 가이사에게는 충성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당신은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이 질문에 잘못 대답했으면, 예수는 법정에 끌려가든지 아니면 지지자들의 버림을 받든지 했을 것이다. 만약 예수가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에 충성해야 하므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서는 안 된다"라고 대답했다면, 반대파들은 분명 예수를 로마에 대한 반역죄로 고발했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직까지는 로마의 지배하에 있으므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한다"라고 대답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따르던 지지자들은 분명 예수에게서 떠나갔을 것이다. 예수의 지지자들은 예수가 로마의 지배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출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Yes든지 No든지 어떤 대답을 하건 간에 함정에 걸리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예수는 어떤 답변을 했을까? 그때 예수가 던진 절묘한 답변이 마태복음 22장 21절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

예수는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대신, '가이사의 것이면 가이사에게 바쳐야 하고, 하나님의 것이면 하나님에게 바쳐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한 것이다. 어찌 보면 상대방의 질문에 제대로 답한 것이고, 또 어찌 보면 상대방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것이 되는 '교묘한 발언'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말문이 막힌 반대파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이히 여겨 예수를 떠나(갔다)."(마태복음 22장 22절)

여기서 오늘날의 한국 기독교인들이 한번 생각해 볼만한 점이 있다. 한국군 전시작통권이 본래 누구의 것이었는가를 말이다. 그것은 현대판 가이사인 미국 대통령의 것인가? 아니면, 한국 대통령의 것인가? 전작권이 미국 대통령의 것이라면 당연히 미군사령관에게 유보되어야 할 것이고, 반대로 한국 대통령의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이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답은 너무나도 명백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 헌법 제74조 1항.

위 조문은 미합중국의 헌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에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군을 통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전작권은 국군통수권에 속하는 권한이다. 대한민국 헌법 조문 어디에도 그러한 권한을 다른 나라에 이양해도 좋다는 내용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국군 전작권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측은 정확히 말하면 한국 대통령의 것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유보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성경적 교훈에 부합하는 행동일까?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의 태도는 하나님의 것을 가이사에게 주고 가이사의 것을 하나님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의 행동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간단한 진리도 모르고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가하나이까?"라고 묻는 어리석은 바리새파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납세자가 누구에게 세금을 내고 군인이 누구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가는 굳이 선생(예수)을 찾아가서 물어보지 않더라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고,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자신의 군 최고사령관에게 충성을 바치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헌법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군을 통수하도록 되어 있다면,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작권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진리를 외면한 채, 오는 9월 '가이사'를 찾아가서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에게 이양하지 말라고 요청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 그들이야말로 그들 자신이 경멸하고 비판하는 거짓된 바리새파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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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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