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시 직원 없어 권력 개입 조사 못해"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작 현장조사의 목적이었던 여권 실세의 외압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현장조사에서 정치권의 로비나 외압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 의원은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할 시점인 2004년 말경 심의위원들이나 직원들이 있다면 권력 실세 개입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었지만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관계자들이 없어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등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근거없는 '정치권 외압설'만 물고 늘어진 탓에 얻을 게 없었다는 것이 영등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찬 영등위 부위원장은 이날 현장조사 도중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너무 정치권 외압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질문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 부위원장은 또한 "그런 거(여권 실세 외압) 받은 사람이 없는데 무엇을 말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위원들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권과 유착할 분들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영등위 관계자들도 "정치적 외압을 받아 사행성 게임을 허가해줬다면 위원장이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 "도대체 뭘 말하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다이야기' 등에 관련된 당시 심의 영상물등급위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문광부 책임론'을 들고 나온 권장희 전 위원도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게임업자들로부터 전화가 오는 등 로비 시도는 많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며 "정치권에서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함께 일한 영등위원들도 로비를 받을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유청산 전 위원 역시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위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때 분위기가 누가 섣불리 로비를 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으로 재임한 기간도 몇 개월 되지 않아 짧았지만 누가 로비를 받았다거나 압력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전·현직 영등위 관계자들 "도대체 뭘 말하라는건지…"
한편 사행성 게임 허가 과정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정윤기 부장검사)은 이날 영등위와 게임산업개발원 두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전 10시께 두 기관에 수사관 50여명을 보내 회의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영등위와 관련 '바다이야기' 졸속 심의 의혹과 업계 로비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또 게임산업개발원은 상품권 인증제를 지정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금품로비나 외압을 받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상품권 발행업체를 지정한 개발원에 대해서는 상당한 혐의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상품권 인증제 시행 당시 모두 부적격 처분을 받은 업체 11곳이 불과 3개월 뒤 지정제 시행 이후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상품권 업체의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졌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