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 안으로 들어가기 앞서 환영대 위에 올라 호텔 주변에 둘러선 하객들에게 인사하는 신랑, 신부.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 이덕림
단동의 결혼식 광경 한 번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정말 요란합니다. 요란함을 넘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선 엄청난 폭죽을 터뜨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널리 알려 축하를 받자는 의미도 있지만 경사(慶事)를 방해하는 잡귀들을 물리치기 위한 뜻이 더 크다고 합니다. 보통 수 십 발에서 많게는 백여 발씩 터뜨립니다. 보통 땅에다 죽 늘어놓고 터뜨리지만 좀 호화판이다 싶은 결혼식에서는 전용 발사기가 동원됩니다.
▲땅 바닥에 폭죽을 늘어놓고 터뜨린 자리는 더 어수선하다 ⓒ 이덕림
언뜻 보면 박격포를 닮은 폭죽 발사기를 일렬로 세워놓고 번갈아 가며 쏘아댑니다. 한 1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쏘아대다 보니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하고 폭음에 귀가 멍멍해집니다. 멋모른 채 방심하고 있다간 쏟아지는 유탄이나 불꽃에 옷을 태우거나 가벼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초연, 불꽃과 오색종이 가루…폭죽이 끝난 자리는 마치 총격전을 치르고 난 전쟁터처럼 어수선하고 어지럽습니다.
결혼식은 보통 호텔(大酒店:따주디엔)이나 대형 음식점에서 치러집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호텔 앞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결혼식을 유치했다는 사실이 호텔 측으로서도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기에 앞장서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씁니다. 호텔의 성가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호텔 앞에는 수백 개의 색색의 풍선을 엮어 대형 아치를 세우고 'ㅇㅇㅇ선생과 ㅇㅇㅇ샤오지에(小姐)의 혼례를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내겁니다.
▲폭죽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신랑 신부를 태운 리무진이 식장인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 이덕림
말끔한 제복을 차려 입은 악대도 동원됩니다. 주인공들이 도착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바탕 연주를 통해 분위기를 돋웁니다. 리무진을 탄 신랑, 신부의 도착에 때맞추어 팡파르를 울립니다. 신랑, 신부가 식장 밖에 마련된 환영대위에 올라서서 주위에 둘러선 하객과 구경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동안에는 연주가 절정에 이릅니다.
신랑 신부는 생화로 장식된 리무진을 타고 식장에 나타납니다. 이곳 사람들의 리무진에 대한 애착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입니다. 결혼식에 리무진은 꼭 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큰 호텔엔 전용 리무진이 한 대씩 있습니다. 그 날의 주인공들을 태운 리무진을 앞세우고 그 뒤로 검은 색 세단들이 줄지어 식장인 호텔에 도착합니다. 양가 부모와 일가친척들이 탄 차입니다.
▲마치 포탄 발사기를 닮은 폭죽 발사기. ⓒ 이덕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세단 행렬의 길이가 곧 가문의 힘을 과시한다는 것입니다. 세단(그것도 꼭 검은 색 세단)의 행렬이 길수록 '뼈대 있고, 행세하는' 집안임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혼례행렬에 동원된 차들은 양쪽 사이드 미러에 붉은 색 리본을 매달아 표시를 삼습니다.
'요란함'과 '화려함'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지만 어떻든 이들의 결혼식이 요란한 것은 은연중 가문의 위세를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터뜨리는 폭죽의 양이 많을수록, 또 결혼식에 동원된 세단의 행렬이 길수록 성대한 결혼식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입니다.
▲혼례행렬에 동원된 검은 색 세단의 행렬. 바로 가문의 위세와 비례한다. ⓒ 이덕림
식장 주변의 하수도 구멍은 모두 붉은 종이로 덮어 놓습니다. 이 또한 악한 귀신들이 지상으로 나와 경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뜻입니다. 신랑, 신부가 사는 집 부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말 아침 아파트 입구나, 골목 어귀를 지나다 보면 인근의 하수구들이 붉은 색 종이로 덮여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역시 악귀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아울러 바로 이 근처에 오늘 혼례를 치르는 집안이 있다는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