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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공치. 아랫부리가 길고 불그죽죽하며 몸은 은빛으로 학을 연상케 한다.
학공치. 아랫부리가 길고 불그죽죽하며 몸은 은빛으로 학을 연상케 한다. ⓒ 한성수

예순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 다섯 분은 '흘림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그 왼쪽에서 '민장대낚시' 채비를 하고, 동서는 오른편에서 '릴-처박기 낚시'를 채비해서 멀리 바다를 향해 바늘을 날렸습니다.

옆에 있는 어르신 중 한 분이 흘림으로 50cm쯤 되어 보이는 숭어를 낚아 올립니다. 나도 중치급 노래미를 한 수 낚았습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갑자기 은빛 비늘이 반짝입니다. 학공치 떼입니다. 나는 급히 동서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곧 학공치를 낚을 채비를 했습니다.

학공치 떼의 소나기 입질은 우리 점심시간마저 늦추어 놓았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했는데, 시곗바늘은 벌써 오후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갯바위에 앉아서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다시 낚시를 시작하는데 그사이 물이 많이 빠졌습니다. 그런데도 학공치의 입질은 계속됩니다. 옆에 있던 어르신들도 흘림낚시를 접고 학공치를 낚았습니다.

학공치 회. 냉장고에 조금 넣어두면 더 맛있다.
학공치 회. 냉장고에 조금 넣어두면 더 맛있다. ⓒ 한성수

썰물로 드러난 바위 위에 나란히 늘어선 낚싯대에 줄줄이 학공치가 매달려 나옵니다. 학공치라는 이름은 불그죽죽한 아랫부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서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낚싯바늘도 주로 그렇게 튀어나온 아랫부리에 걸립니다.

이름에 '치'자 붙은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물 밖으로 나와 10초 정도 지나면 죽고 마는 성질 급한 놈이지만, 은빛으로 번뜩이는 날렵하고 단정한 자태가 돋보입니다. '바다의 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날 낚시 성과. 학꽁치 137마리, 감성돔과 숭어, 노래미 각 한 마리.
이날 낚시 성과. 학꽁치 137마리, 감성돔과 숭어, 노래미 각 한 마리. ⓒ 한성수

오후 4시, 낚시를 접고 차에 올랐습니다. 아직 씨알은 작은 편이지만, 꽤 많이 낚았는지 통이 묵직합니다. 아내와 처제는 진해에 있는 큰동서 집에 모여 있었습니다. 동서 댁에 도착하자마자 학공치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칼로 비늘을 치고 가위로 지느러미와 대가리를 잘라서 동서에게 넘기면, 동서는 칼로 내장을 끄집어내고 뼈를 발라서 다시 아내에게 넘겼습니다. 아내는 고기를 물에 깨끗이 씻고 처제는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냈습니다.

초밥용 회. 한 마리를 두 토막으로 잘랐다.
초밥용 회. 한 마리를 두 토막으로 잘랐다. ⓒ 한성수
초밥용은 두 토막으로 잘랐고, 횟감은 잘게 썰어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아내는 식초와 설탕과 소금을 4:3:1 정도로 배합해서 잘 녹였습니다. 이 배합 초를 따뜻한 밥에 넣고 밥주걱으로 고루 섞은 뒤 보자기로 덮어 충분히 식혔습니다. 보자기로 덮는 이유는 밥에 배합초가 충분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라고 아내가 일러줍니다. 처남댁은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고슬고슬한 밥을 조물조물 동그랗게 말았습니다. 그 위에다 물과 1:1로 배합해서 만든 고추냉이를 살짝 올려서 저며 놓은 생선으로 덮습니다.

말아놓은 초밥용 밥.
말아놓은 초밥용 밥. ⓒ 한성수
드디어 학공치 회와 초밥이 밥상에 차려지고 열다섯 명의 대식구가 둘러앉았습니다. 동서가 권하는 소주잔을 입으로 톡 털어 넣고는 학공치 회를 상추에 듬뿍 사서 입안에 넣었습니다.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학공치는 생긴 모양만큼이나 맛이 담백하고 뒷맛도 개운합니다. 장모님은 초밥을 입에 넣으시고는 '맛이 참 좋다'고 하시며 우리에게 권합니다. 나도 초밥을 입에 넣는데, 고추냉이의 알싸한 맛이 코끝을 '찡' 울립니다.

완성된 학공치 초밥.
완성된 학공치 초밥. ⓒ 한성수
초보자를 위한 학공치 낚시 강의

▲ (1)-(2)-(3)-(4) 순서로 연결하면 된다.

학공치 낚시 채비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민장대(가볍고 길수록 유리합니다)에 학공치 낚시 전용 찌(일반 찌와 다른 것은 낚시 바늘을 맨 줄을 위쪽에 묶는다는 것입니다)를 달고, 학공치 낚싯바늘(일반 낚싯바늘보다 작은데, 보통 금빛입니다)을 묶으면 끝입니다.

미끼로는 작은 크릴새우가 제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예상하지 못해서 큰 새우를 가져갔는데, 큰새우도 미끼로 괜찮았습니다. 왼손에 실장갑을 끼고 큰 크릴새우의 대가리를 떼어낸 뒤, 치약을 짜듯이 꼬리 부분을 가만히 밀어내면 속살만 쏙 나옵니다. 이것을 낚싯바늘에 얌전하게 끼워서 바다에 조심스럽게 던져야 합니다. 자칫하면 미끼가 떨어지거든요.

일반 찌는 고기가 물면 찌가 물아래로 쏙 들어가지만, 학꽁치 찌는 거꾸로 묶었으므로 고기가 물면 뒤집어집니다. 학공치 전용 찌를 쓰는 이유입니다.

학공치는 떼를 지어 물 표면에서 헤엄쳐 다니므로 낚시할 때 빠르게 채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전용 찌를 쓰면 학공치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낚시 실패를 줄여줍니다. 낚싯바늘도 매우 작은 걸 쓰는데, 학공치가 삼키는 데 큰바늘이 곤란해서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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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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