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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서 스스럼없이 카드놀이를 즐기는 중국의 여성들.
ⓒ 유창하
사행성 성인오락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며 여기저기 "한국은 도박공화국"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실 '도박' 하면 중국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식 로또와 비슷한 복권을 사기 위해 가판대에서 줄을 서 있는 광경이나 길거리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침투한 마작 게임기도 즐비하다.

더구나 최근엔 공안 간부가 운영하던 도박장이 적발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중국의 역사만큼이나 강한 도박의 생존력을 새삼 느낀다.

[카드·마작]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국민 놀이'

담배 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방에서 벌이는 마작 도박 장면이나 돈다발을 걸고서 상대방과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포커게임 장면을 중국이나 홍콩 영화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기자가 다녀본 서민 주택가의 한가운데까지 침투한 중국마작 게임방을 들여다보면 남녀노소 손님들로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판마다 크고 작은 돈이 걸려있는 마작방에는 다른 손님이 들어와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도박이 열리는 시간은 아직 한낮이다.

중국인들이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하는 마작은 중국인이면 누구나 할 줄 아는 놀이이다. 춘절이나 결혼식같은 잔칫날이 되면 중국인들은 며칠씩 밤을 지새며 마작을 즐긴다.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에서 도박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마작을 좋아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를 못하고 있다. 오락시설허가를 받은 사설 마작방에서 공공연히 크고 작은 도박행위가 벌어진다.

마작과 함께 가장 즐기는 중국 카드놀이는 우리나라 카드게임인 '훌라'와 비슷한 게임으로 손에 든 카드를 가장 먼저 없애는 편이 승자가 되는 놀이다. 중국 카드놀이는 한국의 고스톱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오락'이다.

친구와 직장동료들이 가볍게 적은 금액으로 놀 경우 통념상 우리나라처럼 경찰이 눈감아주는 놀이이지만 참여 대상에 따라 판돈의 규모가 커져 도박성 오락으로 변질된다.

한국의 고스톱 문화가 한국성인들을 고스톱 성인오락, 스크린 경마, 빠친코, 구슬치기, 바다이야기 등 각종 사행성 성인오락으로 쉽게 이어지듯이 중국인들도 마작과 중국카드를 즐기는 오락문화 습관으로 인해 쉽게 다른 도박에까지 심취하게 한다.

▲ 중국인 스스로 세계적 놀이라고 평하는 마작은 주택가 곳곳까지 침투해 남녀노소 어울려 마작판이 벌어진다.
ⓒ 유창하
[경기 도박] 귀뚜라미 싸움도 도박, 미인대회 우승자맞추기도 도박

중국은 마작과 중국식 카드놀이 외에 각종 지하도박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유럽리그 축구경기 승부를 프로그램으로 만든 스크린 축구도박이 있고. 홍콩 인근 도시에 가면 경마중계 방송을 매개로 한 스크린 경마도박이 있다.

또한 빠친코·잭팟을 본뜬 중국식 컴퓨터 성인오락기, 그밖에 각종 중국식 독창적 오락게임기를 갖추어 놓고 비밀스럽게 아는 고객들 위주로 성인컴퓨터 오락실을 운영한다. 성인오락실에서는 당연히 현금이 오고간다.

중국에 합법적인 사행성 오락으로 마작 놀이방 이용과 체육복권 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도박 열병을 식히지 못하는 중국인들은 고액 판돈과 당첨금액을 찾아 지하도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중국만의 특이한 도박도 있어 재미있다. 귀뚜라미 싸움도박이다. 공개된 귀뚜라미 시장에서는 적은 돈을 걸고 도박이 행해지고 보다 큰 도박은 비밀 장소에서 벌어진다.

그 외에도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바둑대회·미인대회·가요열창대회·장원퀴즈대회·모델선발대회·스포츠 경기 등 각종 대회와 체육시합의 수상자와 승자를 맞추는 내기도박을 하기도 한다.

▲ 한글로 제작된 사이버 포커게임이 중국 내 성인컴퓨터 오락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 유창하
[인터넷도박] 해외게임의 중국버전으로 각광

요즘은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로 온라인게임이 성행한다. 한국게임 <마르의 전설>을 중국 버전 '촨치'로 성공시켜 일약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 선두에 나선 게임업체 성따엔터터먼트를 비롯하여 광퉁 등과 같은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일본·대만 등 해외에서 들어온 카지노·잭팟 등 성인용 사이버 오락 프로그램은 중국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져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며 국내용 사이버 게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청도·천진·상하이 등지에 한국 성인게임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사이버 성인오락실과 성인오락실도 생기고 있다. 고스톱·포커·바둑 게임을 인터넷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게임 중 적립된 사이버 머니는 곧바로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

중국 국내의 단속망을 피해 해외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도박 사이트만도 700여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사이버 머니가 바로 현금으로 지출되어 사이버 도박으로 인한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하고 있다.

한편, 도시 전체가 도박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카오는 경제성장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 중국인이 찾는 합법적인 카지노 도박장으로, 큰 단위의 도박자금이 거래되는 장소이다.

2001년 마카오의 독보적인 재벌인 스탠리 호 일가의 카지노 도박독점이 해제되자, 미국의 라스베가스 자본이 들어오면서 마카오 도박 산업은 더욱 성장을 하며 중국 본토인과 화교들 그리고 각국 외국인을 불러모아 거액의 돈을 날리게 하고 있다.

▲ 중국인들은 특이하게도 귀뚜라미 싸움을 붙이는 도박을 좋아한다. 사진은 상하이에서 개최된 귀뚜라미 싸움대회 광경.
ⓒ 유창하
조폭은 도박사업을 좋아해, 공안 간부도 도박사업을 좋아해

도박 산업은 과거부터 조폭들이 관여하기를 좋아하는 사업 분야이다. 이른바 '하우스'를 개설하여 합법 비합법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기고, 도박 자금까지 빌려줘 높은 고리를 떼는 방식으로 이중으로 수익을 올린다.

중국 도박장 사업에는 조직폭력배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고위간부와 당 간부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최근엔 융저우시 현직 공안국 부국장이 조폭 두목으로 활동하면서 시내 소재 호텔도박장을 운영하다 체포된 사건이 일어났다.

체포된 현직 공안부국장은 수많은 조직원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총기를 소지하게 하고 심지어 집단 사격훈련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주변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한중간 무역 거래를 하며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모 한국인 무역업자는 "변두리 지방에 나가보면 그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유지인사가 사행성 성인컴퓨터 오락실을 운영하는 경우를 본다"고 말했다.

당 최고 기구인 지난 6월 개최된 전국인민대의원대회에서는 도박에 관한 형량을 3년에서 최고 10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또 "전자 카지노게임·축구도박·경마도박 등을 벌이는 공무원은 파면 조치한다"는 강경 조치까지 내려놓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성적인 도박장들은 비밀스럽게 모여 도박을 하기에 공안당국의 단속에 쉽사리 걸리지 않는다. 단속정보가 사전에 누설되어 단속 성과를 기대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일반인과는 먼 도박... 중국인도 '바다'에 빠질까

▲ 복권은 한국식 로또복권을 비롯해서 체육복권 등 여러 종류가 나온다. 사진은 복권을 파는 거리 가판대.
ⓒ 유창하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결탁·국부유출·개인 삶의 파괴 등 폐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 서민의 측면에서 비교한다면 한국에 비해 덜 심각하다.

한국의 사행성 PC방이 주택가에 깊숙히 침투한 반면, 중국은 마작방을 빼고는 대개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지하도박'이어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이미 제정된 '오락장소 관리조례'를 근거로 하여, 게임오락장에 도박용 기기를 설치하거나 현금·상품권을 거래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외국에서 진행되는 사이버도박 서버를 적발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도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도박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도박열풍이 아직 일반서민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불어닥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전역에 배금주의가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중국 서민들이 한국처럼 쉽게 도박의 세계로 풍덩 빠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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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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