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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거미와 노을을 만났습니다. ⓒ 조태용
▲노을과 함께 찾아오는 밤은 거미에서 기다림과 포식의 즐거움을 주는 시간입니다. ⓒ 조태용
해질 무렵 산길에 긴 거미줄이 쳐져 있고 그 사이로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거미는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위태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줄에서 행복합니다. 노을과 함께 찾아오는 밤은 거미에게 포식의 즐거움을 주는 시간입니다.
거미는 자신이 칠 수 있는 만큼의 거미줄을 쳐놓고는 그물을 지나가는 먹잇감을 기다립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르던 날것들만이 공중에 펼쳐져 있는 거미줄에 걸려듭니다. 그러니 땅을 기어다니는 날개 없는 것들은 거미줄에 걸려 거미 밥이 될 염려는 없습니다.
사람이 그물을 걷어 올려야만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확인하는 반면 거미는 모든 거미줄의 작은 움직임조차 감지하고 먹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간혹 산들거리는 바람의 장난에 잠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거미는 바람과 먹이의 움직임을 구분합니다.
거미는 거미줄이 하나로 모이는 곳에서 숨죽이며 기다립니다. 모든 거미줄은 거미의 신경세포가 되어 거미에게 신호를 전달합니다. 거미는 그 곳에서 먹이의 크기와 먹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확신에 찬 거미는 100m 선수처럼 먹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외줄을 타고 달려가는 거미는 그 어떤 줄타기 곡예사와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거미는 거미줄 위에서 행복하고, 인간은 땅 위에서 행복한 법입니다.
거미는 곤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미가 없다면 갑자기 늘어나는 다른 날벌레로 인하여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거미줄이 가득 쳐 있는 논에는 곤충으로 인한 충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농약 사용으로 인해 논에 가득 했던 거미줄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아직 산길에는 커다란 거미줄을 맘껏 펼쳐놓고 활개를 치는 거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의 그날 수확이 어찌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수만큼 거미줄을 치고 자기의 영역에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자족을 아는 사람처럼 행복해 보입니다.
▲거미는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 조태용
▲농약의 사용으로 인해 논에 가득 했던 거미줄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 조태용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 www.farmmate.com와 SBS유포터 뉴스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