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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곤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무렵 '터' 자연안내자 모임에서 곤충 관찰경을 선물 받았다.

마침 우암산에 곤충을 관찰하러 간 날이었는데, 몸집도 아주 작고, 색깔도 까만 곤충 두 마리가 서로 꽁무니를 붙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대, 예들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연애하는 거지"
"와 ~~ 신기하다."
"그런데 얘 이름 뭐야?"
"떼허리노린재."

자연안내자 선생님들이 기웃기웃해도 예들은 창피하지도 않은가 봐. 예, 그만 떨어져. 툭, 툭, 건드려도 보고 루폐로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떼허리노린재' 미동도 않고 묵묵히 서로 감정에 충실하고 있었다.

관찰통을 받은 기념과 더불어 나의 지적(知的) 호기심이 발동해 짝짓기 중인 놈을 관찰통에 조심스레 넣어 집으로 왔다.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며 언제까지 저놈들이 저러고 있을까 나의 호기심은 점점 더 증폭되었다.

오후 늦은 시간 중학생 작은아들이 돌아왔다.

"보문아! 예가 노린재라는 곤충이야. 오전부터 짝짓기하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 신기하지?"
"엄마, 19세 미만! 19세 미만!"

'19세 미만 관람불가'라며 고개를 돌리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 고등학생 아들이 돌아왔다.

"을관아! 얘네 지금 뭐 하는 거게∼"
"어, 짝짓기하네! 와∼ 신기하다."

더 늦은 시간 남편이 들어왔다.

"자기야, 자기야, 이놈들이 오늘 하루 종∼∼일 이렇게 붙어있다. 신기하지?"

피식 웃으며 "이 사람아, 게들도 풀밭에 놓아주어야 돈을 벌러 가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하지. 그렇게 둘만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두니 할 게 없으니 하루종일 붙어있지. 사람도 남·여를 좁은 방안에 가두어놔 봐 똑같아. 이 사람아 빨리 돈 벌러 가게 풀밭에 놓아줘."

킥킥킥…….
하하하…….

관찰경을 얼른 들고 내려가 벚나무가지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 놓았다. 알콩달콩 잘 살라고, 돈 많이 벌고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라고….

세상에는 약 130만여 종의 동물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 대략 70%가 곤충이다. 크기도 작은 이 곤충들이 수많은 생존경쟁을 겪으면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크게 번창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것은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개발하여 환경에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로 형태의 변이를 거치며 살다 죽는 곤충들에게 성이란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번식의 과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에 비해 아주 짧은 생을 살다가는 곤충들은 자손을 퍼뜨리고자 하는 본능이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곤충이 다 그렇듯이 일생 중에 어른벌레 시기가 가장 짧은데, 그동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어른벌레 시기를 매우 분주하게 보낸다.

일반적으로 노린재하면 광대노린재나 홍줄노린재처럼 색깔이 화려하거나 지독한 냄새를 연상하게 된다. 떼허리노린재는 몸 전체가 흑갈색 또는 암갈색을 띠며, 광택이 없으며, 냄새도 심하지 않다.

짝짓기철이 되면 여러 마리가 한 곳으로 몰려들어 집단으로 짝짓기를 하는 습성이 있어 떼허리노린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하지만 모든 수컷 떼허리노린재들이 다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한 수컷만이 암컷을 차지하고 자손을 낳아 번식할 수 있다.

산야의 초원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떼허리노린재는 앞가슴등판이 긴 사다리꼴이고 옆 가장자리의 뒤 모서리가 세모꼴이다. 앞부분은 가로로 얕고 넓게 홈이 파여 졌고 황갈색의 얼룩무늬가 연하게 있을 뿐이다. 수컷의 배 끝 마디에는 한 쌍의 젖꼭지 모양을 한 돌기가 있어 암컷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엉겅퀴 말오줌대 등에 서식하며 잎이나 그 줄기에 알을 낳는데, 이는 깨어난 애벌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엉겅퀴나 말오줌대이기 때문이다. 또 애벌레가 먹을 먹이의 양, 온도와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낳는 알의 수도 달라진다.

5∼8월 사이 낳는 알은 2∼3달 동안 5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으로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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