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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에서 소출력 라디오 방송 사장으로 변신한 FM분당의 정용석 사장.
방송기자에서 소출력 라디오 방송 사장으로 변신한 FM분당의 정용석 사장. ⓒ 김혜원

"1995년 일본 고베지진 당시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영어로 재난 방송을 했습니다. 외국인들은 그 방송을 듣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죠. 또 2004년 일본 니가타 지진 때도 소출력 라디오가 힘을 발휘했죠. 매몰된 지역민의 이름을 부르며 도와주러 달려가고 있으니 힘내라는 방송을 계속 내보냈습니다. 생명을 포기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 라디오 방송이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이 되었던 거죠. 저도 그런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FM분당(90.7MHz)' 정용석(61) 사장.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FM분당 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KBS 도쿄특파원과 걸프전 종군기자·런던지국장·국제부장이라는 꼬리표가 익숙하다.

이순을 넘긴, 통념상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야 할 나이에 정용석 사장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소출력 라디오에 뛰어들었다. 지상파 TV에서 소출력 지역방송으로…. 그 무모한 낙하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분당에 사십니까? 당신도 라디오MC가 될 수 있다

FM분당 홈페이지(http://www.fmnara.com)
FM분당 홈페이지(http://www.fmnara.com)
오는 9월 9일이면 FM분당이 전파를 쏘아올린 지 1년이 된다.

"벌써 1년이 됐습니다. 출범초 계획한 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역밀착형 라디오로 지역민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며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FM분당에는 50명의 MC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 방송인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지역민들이 자원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 콘텐츠도 지역 정보 60%와 음악 40%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응이 '아직은' 없다는 것.

FM분당은 출력 1W(와트)로 방송국 안테나를 중심으로 반경 최대 5Km 이내에서 수신 가능한 소출력 라디오다. 평지나 도로처럼 전파를 방해하는 지형지물이 없을 때는 최대 수신거리가 보장되지만 전파를 방해하는 높은 건물이 많은 분당에서는 2.3Km 내외로 수신 지역이 줄어든다.

정 사장 역시 청취 지역이 좁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FM분당과 같은 주파수를 쓰는 대출력 라디오가 있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1000와트짜리 경인방송과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그러다보니 우리 권역 안에서도 경인방송FM과 혼선되는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깨끗이 들리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협찬을 받는데도 지장이 많지요. 협찬, 그거 받으려면 얼굴 두꺼워야 합니다. 하하하!"

한 때는 잘나가는 기자였던 그지만 FM분당에서는 직접 협찬을 받기 위해 발로 뛰어야하는 고단한 사장이다. 그는 지역의 식당과 은행·스포츠센터까지 찾아다니며 협찬을 부탁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정 사장을 빼면 FM분당의 직원은 단 두 명.

"지난해 소출력 라디오 8곳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전파도 약하고 비영리법인으로 허가를 받은 거라 협찬은 돼도 광고는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소출력 라디오가 지역 공동체 라디오로 대안언론 역할을 충분히 하려면 재정이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경영이 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죠.

경영자로서 바라는 건 일단 출력을 높여 가청취 권역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것이고요, 경영할 수 있을 정도의 지역광고는 허용했으면 한다는 겁니다. 자원 활동가들 점심은 먹여보내야지요."

소출력 방송은 시골 이장님 확성기

"강아지를 잃어 버렸어요" "내일 결혼합니다" 정용석 사장은 지역 소출력 라디오가 현대인들에게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가져다 준다고 본다.
"강아지를 잃어 버렸어요" "내일 결혼합니다" 정용석 사장은 지역 소출력 라디오가 현대인들에게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가져다 준다고 본다. ⓒ 김혜원
정 사장은 FM분당 같은 지역 라디오 방송을 예전 시골 이장님의 확성기에 비유했다.

"우리는 이웃의 입으로 이웃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마이뉴스>와도 유사하지요. **사거리 전기 공사는 오늘 오후 끝납니다. 분당 **아파트 **동 ***호에서 강아지를 잃어 버렸답니다.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아파트 **동에 사는 아가씨가 시집을 가서 오늘 함이 들어온답니다. 시끄러우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등등….

이건 예전에 시골 이장님이 확성기로 방송하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FM분당은 시골 이장님보다는 좀 더 큰 확성기로 지역민과 소통하는 거죠. 오마이뉴스는 그보다는 좀 더 크고요. 기존 매체에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뉴스나 이야기라고 생각되겠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유치함'이 필요합니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향수'와 '쉼'이라는 것.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예전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와 따뜻한 정이 넘쳐 나던 라디오 시대에 대한 그리움.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지역민들이 라디오를 통해 정과 관심을 나누면서 공동체정신을 만들어 간다는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정 사장은 말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더욱 도전할 가치가 있는 거죠.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소출력 라디오의 미래는 밝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당당한 대안언론, 사랑받는 지역라디오로 자리잡겠습니다."

사랑 받는 지역라디오, 많이 들어주세요

매일 오후 5시 분당 주민을 찾아가는 인터뷰 프로그램 '차 한잔 합시다'를 진행하고 있는 정용석 사장.
매일 오후 5시 분당 주민을 찾아가는 인터뷰 프로그램 '차 한잔 합시다'를 진행하고 있는 정용석 사장. ⓒ 김혜원
'차 한 잔 합시다'.

정용석 사장이 FM분당에서 매일 오후 5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기자와의 이야기를 끝낸 정 사장은 또다른 손님을 맞았다. 바로 잠시 후 시작하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초대손님. 정 사장은 손님과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FM분당 '차 한잔 합시다'의 정용석입니다. 사랑방 좌담회 같은 방송 '차 한잔 합시다'. 오늘은 자연보호중앙연대의 이수광 총재님께서 찾아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거창한 총재님이 조그만 지역 라디오 방송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이구, 천만에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튜디오에는 시골 동네의 마을회관 같은 훈훈함이 풍겨나고 있었다. 마이크 앞에 앉은 정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그의 말처럼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덧붙이는 글 | FM분당방송 개국 1주년 기념- 국립경찰교향악단 초청 음악회

일   시 : 2006년 9월 9일 (토) 저녁 7시
장   소 :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
출연진 : 소프라노 정기옥, 테너 김철호, 베니티 전자현악 4중주팀, 가수 김종환, 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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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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