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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코가 그린 만화<팔레스타인> 겉표지
조 사코가 그린 만화<팔레스타인> 겉표지 ⓒ 글논그림밭
탱크와 장갑차, 공격헬기, 전폭기 등이 동원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대한 한 달이 넘는 공격이 겨우 멈추었다. 레바논 전쟁 긴급 휴전 결의안 1701호가 진통 끝에 유엔 안보리를 통과하면서 공격은 멈추었지만, 누구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은 지난 6월 25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의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해 들어가면서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 집권당 하마스는 이스라엘 교도소에 갇혀 있는 하마스 죄수들을 석방하면 샬리트 상병을 석방하겠다면서 이스라엘에 항전하였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에 대하여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맞서 레바논의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과 함께 이스라엘 군인 2명을 포로로 잡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하였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반전시위가 조직되었고, 유엔의 개입으로 겨우 총성은 멈추었지만, 이미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레바논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왜 팔레스타인인은 테러리스트가 됐을까?

1일 아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엔 조사결과 이스라엘은 정전 72시간을 앞두고 이번 전쟁에 사용한 집속탄 중에 90%를 발사하여 레바논 남부 359곳에 10만여개의 소형폭탄이 남아있다고 한다. 집속탄이란 하나의 탄두에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 들어있는 폭탄을 말한다. 이러한 집속탄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벌어진 중동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지난 50여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자살폭탄 테러, 사상자 속출', '이스라엘군의 보복공격, 팔레스타인 민간인 다수 사망'과 같은 보도들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대체로 미국과 서방세계에 의해서 많이 좌우되었으며, 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지원하고 승인한 나라들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아인슈타인이나 스필버그 같은 유명한 사람들을 배출한 우수한 민족이며, 아랍인들은 낙타나 몰고 다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대인들은 히틀러의 가엾은 희생자들이고 아랍인들은 어린이까지 함부로 죽이는 광신도 테러리스트들이다." - 옮긴이의 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하여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팽배해있는 편견을 걷어버리고, 왜 팔레스타인인은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은 조 사코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만화책 <팔레스타인>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십 년간 박해와 추방, 폭격, 폭력을 당해온 팔레스타인

미국 작가 조 사코는 1991년 말부터 1992년 초까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두 달 동안 생활한 후에 이 만화를 쓰고 그렸으며, 모두 아홉 편이 만화시리즈로 출판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함규진이 우리말로 옮겨 2002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은 영화로 치자면 감독과 주연배우가 동일인물이다. 조 사코는 그가 쓴 만화 <팔레스타인>의 주인공도 맡았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조 사코가 직접 본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기까지 작가인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식 역시 우리사회의 보통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는 클링호퍼라는 미국계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하자 마치 이웃 사람이 죽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테러리스트들을 적대시했다고 한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박해와 추방, 폭격과 폭력을 당해왔어도, 그들의 이름은 저녁 뉴스에서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를 따라 카이로에서 예루살렘으로 그리고 헤브론으로, 발라타로, 웨스트뱅크, 가자지구로 가다 보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진실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특별히 1987년에 일어난 1차 '인티파다' 이후의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티파다란 '각성', '봉기', '반란'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과 의식화 투쟁을 상징하는 말이다. 케페야라는 머릿수건이 바로 바로 인티파다 투쟁의 상징이다.

팔레스타인은 친척집을 방문하였다가 제한 시간 두 시간 넘겼다는 이유로 이틀 동안 감방에 갇힐 뿐만 아니라 거금의 벌금을 물어야 하며, 저녁 8시가 되면 통금이 시작되고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와 사람을 맞히고,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총을 맞아 죽어가는 곳이다.

"1948년 이후에 4백 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이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되었다. 달아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실종자로 간주되었으며, 그들의 집과 땅은 폐기나 철거의 대상이 되었고, 유대인 정착민들의 손으로 들어갔다." - 본문 중에서

그리고 1987년 12월 8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트럭이 팔레스타인 노무자를 태운 트럭을 들이받아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촉발된 첫 번째 '인티파다' 이후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옮겨 놓은 듯

"최초의 팔레스타인 민중 봉기인 1987년 최초의 인티파다 후 첫 해에 팔레스타인 사람 4백명이 죽었고, 2만 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12만 그루의 나무를 잘라 버렸으며, 4년간 파괴된 1250채의 팔레스타인 가옥이 파괴되었다. 1987년 12월에서 91년 10월까지 (이스라엘)정착민은 4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했으나 단 세 건만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기간 중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스라엘 정착민 19명을 살해하였는데, 아홉 명의 피의자 중 여섯 명이 무기징역, 한 명이 20년 형, 나머지 둘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본문 중에서

인티파다로 밀려드는 죄수들을 수감하기 위해 지어진 안사르Ⅲ 감옥에는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죄를 지었는지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면서 재판 없이 6개월간 투옥되는 구금 처분을 당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6개월이 갱신될 수 있고, 다시 6개월 갱신 또 갱신… 또… 갱신되는 구금자들이 수두룩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에서는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협박과 더불어 차가운 감방에 벌거벗겨져서 내버려지고, 몽둥이로 얻어맞고, 목을 졸리고, 고환을 짓밟히는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 고문에 의해 이루어진 자백으로 재판을 받아 감옥에서 10년 이상을 보내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계수단인 올리브 나무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모조지 잘려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만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팔레스타인이란 말은 물론 그들의 역사도 철저히 배격된다.

마치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옮겨 놓은 듯하다. 1987년 인티파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1919년 3ㆍ1운동 이후 일제의 폭력적 지배를 보는 듯하다. 아니 아무리 먼 나라 남의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무자비하게 보이기도 한다. 일제강점과 광주항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면,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가슴으로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에게 평화를! 평화를 당신에게!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에는 이러한 폭력에 무너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삶을 이념적 잣대 없이 무미건조하게 잘 포착하고 있다. 아무 할 일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 난민촌의 열악한 주거 환경,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 청년 실업자들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생필품과 식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기본적인 생활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며, 통행조차 자유롭지 않은 거대한 감옥 같은 땅에는 아무 때나 강제철거가 이루어지고 파괴된 건물들, 문을 닫은 상점, 굶주리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집집마다 이스라엘군에게 죽거나 끌려간 사람이 한 명 이상씩 있다는 것을 우울한 빛깔의 흑백 그림으로 전해준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랍인대 유대인이라는 대립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세계열강들의 지배논리(밸푸어 선언과 , 맥마흔-후세인 서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살랄 알레이 꿈! 알레이 꿈 아살람!

당신에게 평화를! 평화를 당신에게!

덧붙이는 글 |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320쪽, 12,500원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글논그림밭(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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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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