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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걸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멍' 하게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을 강요하고, 끊임없는 경쟁 속에 몸과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가끔은 목적 없이, 표지판을 보지 않고, 물처럼 자유롭게 흘러 아래로 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산길을 헤매면 더 좋겠습니다. 땀을 뻘뻘 흘려,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쉴 곳을 찾고 싶습니다. 그곳의 욕심 없는 바람은 도시에 오만한 마음들을 씻어 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지치면 한번 가보시면 좋을 듯한 찻집을 그렇게 찾았습니다. 소개해 드릴게요.
함양 마천이 고향이라는 찻집 주인 서재석 선생님은 산골짜기에 살고 싶어 가족들과 함께 덕유산 황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첩첩산중, 이곳에서 산짐승의 울음소리, 시원한 계곡물로 함박웃음이 좋아 보입니다.
간판도 없고, 홍보도 하지 않는 이 찻집은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욕심 없는 찻집 이름은 '점터'입니다. 이 집의 오미자, 머루, 산당귀, 고뢰쇠는 일품입니다.
또 찻집 내부가 온돌로 되어 있어 한겨울에는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오셔서 따뜻한 아랫목에 들어 누워 하루종일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저도 찬바람 부는 한겨울에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점터'에 또 오고 싶습니다.
욕심 없는 찻집에서 나는 언제쯤 욕심을 비우고, 어느 땅에 뿌리 내릴 것인지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 겠다
돌아가길 단념하고 낯선 처마 밑에 쪼그려 앉자
들리는 말 뜻 몰라 얼마나 자유스러우냐
지나는 행인에게 두 손 벌려 구걸도 하마
동전 몇닢 떨어질 검은 손바닥
그 손바닥에 그어진 굵은 손금
그 뜻을 모른들 무슨 상관이랴
- 신경림의 시 <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