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여자·남자로 구분되듯이 암꽃·수꽃으로 나누어져 있는 식물 세계에도 성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만의 사랑을 하고, 또 그 사랑의 성취에 설레고 흥분하기도 합니다.
식물 역시 성적 결합을 할 때 흥분과 쾌락을 동반한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닿으면 암술 세포핵의 색깔이 변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중 양성이 접촉된 꽃가루 주변에 미세한 점액이 분비되는데, 이 분비액은 꽃가루가 암술대를 통과할 때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이런 현상을 식물학에서 '주두반응(柱頭反應)'이라고 합니다. 이때 사람이 상대방에 따라 성적 흥분 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식물 역시 상대하는 식물 개체에 따라 흥분도에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 성적으로 욕구 불만이 있으면 좋은 향기가 악취로 변해버리기도 한답니다.
강열한 향기와 색으로 매개체를 유인하던 꽃은 수정과 동시에 향기와 빛을 발하고 꽃잎도 30분 내에 시들어 버립니다. 이처럼 인간에게서 성이란 쾌락과 종족 번식이 동반되지만 식물세계에서 성은 종자 생산을 위한 과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화려한 꽃 모양, 특수한 무늬, 독특한 색과 향은 수정을 목적으로 한 수분 매개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양태를 살펴보면 감탄과 신비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식물들의 성, 하지만 식물의 성은 놀잇감이나 쾌락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성은 식물 세계에서 건강한 씨앗을 맺을 수 없듯이 인간 사회에서도 정신과 본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성은 균형을 잃게 되어 문화적 감각이 무너지기도 하고, 몸에 병이 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본능적인 면에서 성은 동·식물이 같지만 식물은 원초적인 본능 자체로 번식을 하고, 인간은 본능적인 기능에다 후천적 지능의 지혜로 번식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그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