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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 ⓒ 에코의서재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은 총 3부로 구성된 키워드식 사전이다. 지은이가 영국인이기에, 영국의 역사와 사회를 출발점으로 지은이의 생각을 담아 엮은 현장철학서다.

내용이 길진 않지만 깊이가 있다. 더 상세하게 서술해 내용이 뚜렷이 다가왔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여백의 지점은 독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몫이다.

'성찰해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 '아껴야 할 것들' 등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도덕주의', 2부에서는 '민족주의', 3부에서는 '독서'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도덕주의자들은 남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치려 애쓴다. 물론 어떤 것이 올바른 행동인가에 관해서는 누구나 나름의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그 견해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덕주의자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그들(먹이사슬의 상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을 강요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남에게 도덕적인 삶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다."

'도덕주의'는 사회의 타락을 이야기하며 그 이유를 도덕에서 찾는다. 대개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로 회귀를 꿈꾸는 게 특징이다. 지은이는 영국 사회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관'을 꿈꾸는 사람들을 겨냥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도덕적 가치관을 내세워 정치 도구화한다고 비판한다. 이 경우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의 원인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는 한마디로 악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위적으로 생겨나 전쟁을 낳고, 선동가와 독재자에게만 커다란 이득을 안겨준 민족주의는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차별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중략) 문화와 민족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 모든 나라는 단일 문화가 아닌 여러 문화의 터전이었고 지금도 그 위에 여러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문화의 유산은 민족의 정체성과 같지 않다."

민족주의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우리에겐 조심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같은 민족주의라 하더라도 동서양의 역사 과정이 다르고 현재 상황도 많이 다르다. 동양권 내에서도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민족주의가 해당 사회에서나 세계사적으로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면도 부인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삶의 전환기를 맞았던가"라는 소로의 말대로 독서의 힘은 삶의 전환점 혹은 지향점을 마련해 준다는 데 있다.

"어떤 의사들은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약 대신 책을 처방한다. 환자들을 독서치료사에게 보내면 치료사가 환자의 상태에 맞는 독서 목록을 준다. 이 치료법의 영감은 사서들의 관찰을 통해 생겨났다. 도서를 대출해간 사람이 책을 반납하면서 책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걱정거리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보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세심하고 능동적인 독서로 기를 수 있는, 성찰하고 질문하는 습관의 미덕을 중시한다. 좋은 책이란 독자가 생각하고 느끼게 만들고, 예전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는 것.

이 책을 빠르게 읽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각 단어별로 첫 번째 단락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짧은 글 안에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서인지,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이해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A. C. 그레일링 / 옮긴이: 남경태 / 펴낸날: 2006년 9월 1일 / 펴낸곳: 에코의서재 / 책값: 1만 2000원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

A. C. 그레일링 지음, 남경태 옮김, 에코의서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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