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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가을 날씨는 나에게 상쾌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내 아이들에겐 감기바이러스를 선사해주었다. 어제부터 큰아이가 감기에 걸려 약을 먹고 있던 찰나에 오늘은 둘째아이(10개월)까지 큰아이에게 옮았는지 누런 콧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마침 쉬고 있는 남편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소아병원을 찾았다. 환절기여서 그런지 아침부터 병원은 아픈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한가할 것 같아 아침 일찍 나섰는데 의외로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많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우리 아이 이름이 불려지고 진찰을 받게되었다. 다행히 감기 초기 증상이어서 물약만 지어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뒤를 돌아보는데 도너츠 제과점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동생이 사다준 도너츠를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에 갑자기 입에 군침이 돌면서 먹고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를 눈치 챈 남편은 "가서 사 가지고 오지 그래?" 나는 같이 가서 먹고오자며 남편을 잡아 끌다시피 해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있는 여직원은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도 없이 그냥 멀뚱히 찡그린 얼굴로 서있었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빵을 쟁반에 담고 계산하려고 가자 계산대를 두드리며 차가운 말투로 얼마입니다 하는 거였다. 순간 나의 기분도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팥빙수도 먹고 가자"고 그래서 "언니 팥빙수까지 계산해 주세요"하는데 갑자기 아기가 칭얼대고 심한 몸부림을 치며 우는 거였다. "죄송한데 팥빙수는 빼고 빵만 싸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런데 여직원의 얼굴은 이미 엄청난 짜증이 가득 실려있었다. 나 또한 불친절한 직원의 행동에 황당하고 기분이 상할대로 상해 한마디 하고싶은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바탕 싸움이라도 하고싶었다. 간신히 끌어오르는 화를 참고 문을 나서는데도 그여직원은 인사는커녕 손님이 나가기도 전에 카운터의자에 앉았다.

얼마나 언짠았던지 집에 가는 길에 먹으려했던 도너츠는 보기조차 싫어질 정도였다.너무 화가 나 혼자 중얼중얼 그 여직원의 흉을 보며 걸어다. 남편은 내가그렇게 흉을보며 화를 내는데도 이러타 저러타 말도 없이 걷기만 했다. 그런 남편 태도에 좀 서운하기도 하고 괜시리 민망했다.

집에 오는 내내 언짠은 마음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집에 다 와서 빵을 냉장고에 넣으려는 순간 영수증이 눈에 들어왔다. 영수증에는 사장 이름과 대표 이름이 적혀있었고 당장 제과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여직원을 응징이라도 하고싶었다.

나 역시 처녀시절 서비스업종에 5년 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과연 내 모습은 어떠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친절함에 감동하셨던 손님들도 있었지만, 조금 맘에 들지 않는 손님에게 불친절했다가 안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한번 있었다. 그때 당시 그렇게 말한 손님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화가 났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걸 느꼈었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그때 그 손님들 역시 나 때문에 하루를 망치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죄책감과 함께 이게 바로 업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 그 여직원 역시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부디 웃는 얼굴로 자신의 업종에 최선을 다하며 이제부터라도 손님들에게 찌푸린 얼굴보다 웃는얼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직원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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