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강의 시간은 오후 6시였으나, 20분 가량 늦게 강연장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정치인이 가장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이 바로 대학생과 언론인이다. 근데 이 자리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운을 띄운 후, "별로 안 웃긴가요?"라고 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는 "한국이 이대로 가면 중국의 변방국가가 되고, 필리핀 같은 경제 약소국이 될 수도 있다"는 최신 보도 자료를 인용하여, "현 정권에서 정상적인 일들은 하나도 없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4일 대구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다시 언급하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잿더미 위에서 시작한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 국민 모두가 피와 땀을 흘렸다"며 "어떻게 일으켜 세운 나라인데…"라며 초반부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나라를 바로 잡고, 국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은 왜 우릴 비난만 하는가? 잘 한 것도 많은데...
박 전 대표는 본격적인 언론에 대한 강연을 하며 우선 서운함을 드러냈다. "언론이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고 있는 것은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지난 2004년 4·15 총선 이후, '대국민약속실천백서'라는 것을 만들어 전국 민심탐방을 하며 국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받아 적었다. 그리고 추진 상황을 항시 국민들에게 보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정당사 최초의 책임정치라 자부한다"면서 "이런 사실들이 언론에 일체 보도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바라는 언론인 상에 대해 말했다. "기자의 생명은 신속과 정확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신속이 극대화되면서 정확성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정확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 기자들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겸손함이란 기사를 쓰기 전 한 번 더 살피는 자세, 타인의 인격, 인권을 존중하는 자세"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특종보다 소중한 것이 정확함이다. 오보로 인해 기업과 인간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재능보다 세상을 대하는 기자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표는 "직업이 사람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업을 멋지게 만든다"면서 "여러분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멋지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에 대응 할 수 있는 소신 필요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는 대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주로 북핵문제, FTA 등의 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박 전 대표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모든 질문에 대해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피습 사건 후, 최근 근황은.
"8월 중순 반창고를 떼어 냈다. 멀리서는 잘 안보이지만 가까이서는 아직 자국이 남아 있다. 수술 6개월 후 흉터 제거 성형수술 여부가 결정 난다. 개인적으로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 현재 햇빛을 되도록 피하며 항상 조심하고 있다."
- 대통령의 임기제에 대한 생각은.
"4년 중임제에 찬성한다. 현 체제로는 책임 행정의 구현이 어렵고, 정책의 일관성이 전혀 없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4년 중임제가 되어야 한다."
- 그럼 지금 개헌이 되어야 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북한과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북한은 공존해야 할 대상임과 동시에 안보에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통일이 최고다란 생각으로 북이 원하는 대로 통일 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통일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은 모든 국민이 원하는 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끼리 잘해 보자'식의 통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죽는 길이다."
- 분단국가 대통령으로서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제 관계 상 미국, 일본을 배제하고 통일은 생각 할 수 없다. 외교를 잘해 국제적 공조를 해야 한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살아날 가망이 없다. 하지만 지원을 해줘도, 항상 약속과 신용을 어긴다. 대통령이 북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북이 약속을 안 지킬 때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원칙과 소신이 필요하다."
- 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수출에 의존해 경제 강국이 되었다. 세계적 경제의 흐름에서 도태되면 희망이 없다. 협상을 하되 제대로 잘 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특히 큰 피해 우려가 있는 농업분야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 후 협상해야 할 것이다."
- 정치적 어려움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가.
"부모님이 모두 사고로 돌아가시고 한동안 슬픔에 잠긴 적이 있다. 슬픈 드라마를 봐도 '저들의 고통은 나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어려움을 겪고 마음이 더 굳세졌고, 지금 정치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유혹에 굴하지 않고, 항상 원칙을 지키는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