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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속에 자리잡은 한옥이 아름답다.
녹음속에 자리잡은 한옥이 아름답다. ⓒ 박신용철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흥선대원군의 별장)을 오른편에 두고 종로구 부암동 동사무소 옆길로 10여 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소설가 현진건 집터를 지나서 대문조차 없어진 고택을 만나게 된다.

길에서 보면, 나무가 울창한 양옥으로 착각할 정도의 모습이다. 길 옆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지 못하고 들어가면 서울시 지정문화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 27일 이 곳을 찾았을 때 대문 안쪽에는 각종 쓰레기들과 폐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다.

마당 한쪽에는 양옥 정원에서 봄 직한 여성조각상이 '지방 민속자료 제12호 한옥'이라는 표시석과 함께 세워져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옆에는 석등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정문에서 볼때에는 한옥이 아니라 양옥처럼 보인다.
정문에서 볼때에는 한옥이 아니라 양옥처럼 보인다. ⓒ 박신용철
정문을 들어서면 처음 길손을 맞이하는 것은 쓰레기더미다.
정문을 들어서면 처음 길손을 맞이하는 것은 쓰레기더미다. ⓒ 박신용철
마당을 지나면 축대 위에 한옥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열린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발걸음이 멈칫한다. 철거현장에서 봤던 붉은색 글씨가 벽면에 쓰여 있어 흉가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지정문화재 '부암동 윤응렬가' 정문
서울시 지정문화재 '부암동 윤응렬가' 정문 ⓒ 박신용철
서울시 민속자료 29개 중 하나인 윤응렬가의 관리실태는 부실하다.
서울시 민속자료 29개 중 하나인 윤응렬가의 관리실태는 부실하다. ⓒ 박신용철
대문 옆 행랑채에는 소파와 책꽂이 등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었다. 중문을 통해 안채에 들어서니 풍채 좋은 한옥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감흥도 오래가지 못했다. 건물 외벽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흔적이 즐비했고 사랑채 출입문 디딤판은 손상이 심한데도 보수가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관리부실로 인해 한옥의 아름다움이 상쇄되는 실정이었다.

한옥구조만 보면 아름다운 건축문화유산이다.
한옥구조만 보면 아름다운 건축문화유산이다. ⓒ 박신용철
마당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로하고 나오면서 길옆에 세워진 안내판이 아니었다면 이곳이 서울시 지정문화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은 서울시 민속자료 제12호 '부암동 윤응렬가(서울 종로구 부암동 348번지)'다.

"이 집은 자하문 고개 넘어 좌측 계곡 언덕 위에 있는 높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석축 위에 행랑 대문채가 있고, 그 안에 안채와 사랑채가 있는데 1900년대의 개량된 양식을 지니고 있다.

대문채는 중앙의 대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행랑방과 광이 배치되어 있다. 사랑채는 'ㄷ자'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정면 4칸, 측면 1칸의 건물 양쪽 끝에 두 칸씩 튀어나와 있다. 대문간과 사랑채는 한 칸 중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행랑채 밖의 마당에는 연못을 두고, 석등을 세웠다. … 조선시대 사대부가 즐겨 쓰던 수법이다."


한옥 자체의 훼손도 심각한 실정이다.
한옥 자체의 훼손도 심각한 실정이다. ⓒ 박신용철
이 안내판을 통해 서울시문화재로 지정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안채와 정원이 잘 꾸며져 있으며 재래의 한국식 건물에서 조금씩 현대화되어 가는 초기 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3일, 다시 그 곳을 찾았을 때 '부암동 윤응렬가'의 정원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는 이 문화재에 대한 자료 검색이 되지 않고, 종로구청 홈페이지는 안내판 일부를 발췌해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종로구청 문화진흥과 관계자는 "소유주의 사정으로 인해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며 "개인주택이어서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재 보수를 하면 예산지원은 되지만 청소 상태는 소유주 책임이기 때문에, 순찰하며 지적하는데도 잘 이행되지 않았다"며 "현재 법인으로 건물이 넘어갈 예정이라 관리가 예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관리책임이 있는 종로구는 윤응렬가의 관리부실을 소유주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비록 소유자가 개인이라고 해도 현행법상 지정문화재의 관리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

종로구청은 "개인에서 법인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관리가 잘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두고 볼일이다.
종로구청은 "개인에서 법인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관리가 잘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두고 볼일이다. ⓒ 박신용철
서울시, 보여주기식 문화재 행정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비전 2015, 문화도시 서울'을 발표했다. 이때 서울시는 "서울은 오랜 역사와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도시"라며 "서울 곳곳의 역사유적을 찾아내어 복원하고, 전통을 간직한 무형문화재를 잘 전승하면 서울은 공간과 인간이 편하게 대화하는 도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정책실행 의지는 예산에서 엿볼 수 있다. 서울시의 2006년 문화분야 예산 중 역사문화 유산 보존과 복원 예산은 359억9100만원으로 전년도 예산 406억4400만원보다 46억5300만원이 감소했다.

ⓒ 박신용철
세부적으로 보면 풍납토성, 북한산성, 서울성곽, 청계천 역사유적에 248억4300만원, 관리대상 문화재 351개소(국가지정 56, 시 지정 266, 등록문화재 29) 보수·정비 72억4000만원, 문화재 발굴, 지정·유지관리(용마산 보루조사, 근대 문화유산 관광자원화, 몽촌토성 위탁관리 등) 39억200만원이 잡혀 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문화재는 총 1086개소다.이중 국가지정문화재는 763개이고 서울시지정문화재는 323개(유형문화재 202, 기념물 24, 무형문화재 36, 민속자료 29, 문화재 자료 32)다. 관리숫자로 보면 서울시 지정문화재 중 민속자료는 많은 편이 아니다.

서울시 문화국의 2006년도 주요 시책방향도 '역사문화 발굴복원 계승 발전'이다. 그런데 2006년 서울시 관리대상 문화재 보수·정비예산은 2005년도 예산 78억6200만원에서 6억2200만원이 축소됐다.

문화유산운동가 김성한씨는 "부암동 윤응렬가의 관리부실 현장은 서울시의 문화유산 행정이 보여주기식이라는 것과 수익성이 있는 문화재 보수, 관리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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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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