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왕족인 제이드 대사는 <타임>이 '기존 후보들을 대체할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지목했던 인사다. 압둘라2세 국왕의 사촌으로 2000년부터 유엔대사로 재직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구 유고슬라비아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에 참여하는 등 유엔 무대에 꽤 알려진 인물.
제이드 대사 외에도 4~5명의 후보들이 현재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나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유엔사무총장 경선 판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7월 유엔 안보리 예비투표에서 12개국의 지지를 얻어 다른 3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최다득표하면서 일단 선두에 나선 것으로 보였으나, 여러 가지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타임>지 기사에 대해 "필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다"면서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7월 예비투표 직후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 등은 <타임>의 지적과 맥락을 같이한다.
8월에 다시 예비투표가 실시되지 않은 것은 일부 이사국들이 다른 후보들의 출마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선출 절차를 늦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후보로는 ▲데바 아디티아 유럽의회 의원 ▲체등시 주미 싱가포르대사(여성)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여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아시아 후보로서의 대표성과 국제무대에서의 활동 경험을 내세우며 선거전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 선거는 후발 주자가 승리... 이번에는?
역대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보면 먼저 출마를 표명한 후보들은 상처를 입어 낙마하고,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후보들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다른 선거와 달리 거부권을 쥐고 있는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와 달리 유난히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뒤늦게 뛰어드는 후보가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요르단 후보의 공식 입후보 등 최근의 흐름과 관련 "차분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후보들과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을 향한 경쟁은 오는 12일 개막되는 유엔 총회를 무대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