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집안싸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치이고 있다. 의원 13명이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엄중 경고'하긴 했지만 해당 의원들은 반발한다. 당론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왜 의원들의 소신을 억누르려 하냐고 항변한다. 경고 당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 6일, 사학법에 대한 당 입장은 불변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재개정 찬성 입장을 밝히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로부터 만 하루 뒤, 당내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은 사학법 문제를 백지상태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집단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김근태 의장, 도무지 '영'이 서지 않는다.
강재섭 대표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당 소속 대선주자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은 당 밖으로 돌면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지지자들은 당 홈페이지로 몰려와 상호 비방전을 벌인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7일), "당원들이 저질 흑색 비방전에 가담하고 있다면 누워서 침 뱉는 자해 행위이자 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상호 비방전, 더 나아가 대선 주자들의 과속을 제지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 팬클럽인 '명박사랑'의 임혁 대표는 "박사모에서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며 "홈페이지 게시글 싸움을 말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온오프 라인을 오가며 '전투'를 벌일 '5천 결사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강재섭 대표, 도대체 '면'이 서지 않는다.
'칼로 물 베기'로 끝나지 않을 듯한 집안싸움
공통점이 있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집안싸움의 성격이 칼로 물 베기 식의 일상 다툼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집안싸움이 두 여야 대표의 존재 이유를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김근태 의장의 소임은 위기관리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내년 2월까지 당의 존속·발전 동력을 확보하는 게 주된 임무다.
김근태 의장은 이 소임을 이루기 위한 방책으로 민심과의 재회를 꺼내들었다. 민생법안, 개혁법안의 원활한 처리를 통해 가출한 집토끼부터 불러들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고 있다. 민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한미FTA를 두고는 입장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치받고 나섰고, 겨우 골조를 세운 사학법에 대해서는 터닦기부터 다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질서정연한 민생 입법, 일사불란한 개혁 입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책 혼선과 자중지란 이미지만 부각된다.
강재섭 대표 스스로 그랬다. "공정한 심판형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대선 후보들의 경쟁은 내년부터이고 올해는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은 '공정한 심판형 대표'가 설정한 경선 룰이었다.
하지만 그른 것처럼 보인다. 당 소속 대선주자들은 민심, 민정, 민생 등등의 명목 아래 전국을 휘젓고 있고, 그 팬클럽 입에선 '일전 불사', '전투'와 같은 살벌한 단어가 운위되고 있다.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기는 커녕 오히려 당 지지율이 강재섭 대표 취임 이후 10%포인트나 빠졌다고 한다. <중앙일보>가 전한 소식이다.
'동병상련' 두 대표의 닮은꼴 지지도
처지가 비슷하니 지지도도 비슷하게 나온다. <문화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근태 의장과 강재섭 대표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각각 32.1%, 32.3%였다. 반면에 '당을 잘못 이끌고 있다'는 평가는 각각 46.0%, 41.5%였다.
두 대표 모두 '치국'(治國)을 향해 뛰지만 '제가'(齊家)조차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다. 오히려 자신의 대(代)에 호적을 정리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있다.
어찌할 것인가? 기강과 질서를 확립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달린다. 그렇다고 '즉시 효능'을 보일 자양강장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