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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끈다랑쉬 오름은 다랑쉬오름 중턱에서 보면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끈다랑쉬 오름은 다랑쉬오름 중턱에서 보면 가장 아름답습니다. ⓒ 김강임
사람들은 제주를 바다의 고향이라 말한다. 그것은 제주를 하나의 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를 서너 번 다녀간 사람들은 제주오름을 말한다.

외지 사람들에게 제주 오름은 그저 '고즈넉한 마을 뒷동산'으로 착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 오름의 생성과정과 역사적인 사실의 흔적, 그리고 오름과 관련한 전설 등을 알고 나면 오름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은 끝이 없다.

아끈다랑쉬오름은 표고가 198m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 다랑쉬오름의 분신이기도 합니다.
아끈다랑쉬오름은 표고가 198m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 다랑쉬오름의 분신이기도 합니다. ⓒ 김강임
특히 기생화산의 화구를 걸어보면 사계절 다른 색깔로 다가오는 제주자연의 비경이 가슴에 와 닿는다. 더욱이 제주오름 정상에 서면 제주풍경 3분의 1을 감상 할 만큼, 그 조망권이 뛰어나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제주오름을 말하려니 끝이 없다. 손바닥 지도 위에 그려져 있는 오름마다 각양각색의 특색이 있다. 길에서 보는 오름은 숲만 보이지만, 정작 그 오름에 올라가보면 세상이 보인다.

다랑쉬 오름의 분신 새끼다랑쉬 오름

아끈다랑쉬 오름가는 길에는 고슴도치 같은 야생화가 피었더군요
아끈다랑쉬 오름가는 길에는 고슴도치 같은 야생화가 피었더군요 ⓒ 김강임
산은 조금만 높아도 산이니까 하지만, 오름은 그 표고가 조금만 높아 보이면 '저 오름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더해간다. 하지만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간 다랑쉬 오름의 높이만큼 더한 비밀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비밀을 다 캐지 못함이 역사의 한계인 것 같다.

그러나 높지 않은 오름이라 해서 싱거운 것은 아니다. 다랑쉬 오름에서 동쪽으로 보면 '초원위에 떠 있는 달' 아끈다랑쉬 오름이 바로 그것이다. 아끈다랑쉬 오름은 표고 198m의 야트막한 오름이기에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주 오름 속에 있는 꽃과 나비, 역사의 흔적을 쫓아다니다 보면 그 걸음은 어느새 더뎌만 진다.

아끈다랑쉬 오름 분화구는 원형 경기장 같지만,  둥그런 달이 뜨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끈다랑쉬 오름 분화구는 원형 경기장 같지만, 둥그런 달이 뜨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 김강임
아끈다랑쉬 오름은 '산봉우리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다'는 다랑쉬에, 다랑쉬의 둘째, 버금, 새끼라 하여 아끈다랑쉬 오름이라 부른다, 크고 작은 것의 조화는 조물주의 섭리라 한다. 다랑쉬 오름 앞에 떠 있는 아끈다랑쉬 오름은 다랑쉬 오름이 외로울까봐 조물주가 던져준 선물 같기도 하다. 다랑쉬의 분신 아끈다랑쉬 오름을 올라보면 한마디로 "참, 예쁘게 생겼다. 원형 운동장 같다. 달처럼 둥글다. 멍석을 깔아놓은 것 같다" 등으로 수식어가 붙는다.

아끈다랑쉬오름 가는 길은 잡초가 우거져 있으나 10분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아끈다랑쉬오름 가는 길은 잡초가 우거져 있으나 10분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 김강임
다랑쉬의 아픔, 너는 알고 있느냐

검은 제주 흙 들녘에 마치 낮달이 떠 있는 듯한 느낌. 광야위에 떠 있는 낮달, 아끈다랑쉬 오름은 다랑쉬 오름 중턱에서 보면 제일 아름답다. 그러나 늘 제주의 아름다움 뒤에는 역사의 상처가 남아있는 것, 아끈 다랑쉬 오름은 다랑쉬 오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구좌읍 주민들의 아픈 상처와 충격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계절마다 분화구의 옷을 갈아입는 아끈다랑쉬 오름이 역사의 상흔을 알고 있을지언정, 어찌 말할 수 있을까? 10분이면 올라가는 아끈다랑쉬 정상. 그 작고 아름다운 새끼 다랑쉬는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 고통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오름 분화구에서 이처럼 많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이곳에서 만은 모든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분화구를 걷다보면 멀리 구좌읍 해안마을이 한 눈에 보입니다.
분화구를 걷다보면 멀리 구좌읍 해안마을이 한 눈에 보입니다. ⓒ 김강임
분화구 안에서 축구공을 차면 '잃어버린 마을'로 튀어 나갈 것 같지만, 그 분화구에 서면 관중 없는 운동장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허허 벌판에 떠 있는 낮달로 여행 간 느낌이랄까, 구름이 내려와 앉아 뭔가 소곤소곤 다랑쉬의 비밀을 말해 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용눈이 오름이 화해의 손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용눈이 오름이 화해의 손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김강임
600m 정도 되는 분화구 둘레를 걷다보면, 듬직한 다랑쉬 허리가 보이고, 해안가에 옹기종이 모여 있는 마을과 용눈이 오름이 손짓을 한다. 광야에 뜬 낮달 속에서 상념에 젖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은 '잃어버린 마을'로 향한다.

아끈다랑쉬 오름


아끈다랑쉬 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2593-1,2에 있다. 표고 198m, 비고 58m, 둘레 1,454m로, 분화구의 둘레는 600m, 깊이는 10m 정도 이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오름 바로 동쪽에 있으며, 오름을 올라가는 데는 10분 정도 걸린다.

아끈다랑쉬오름은 고구려어의 달·(높다·산·고귀하다)+수리(봉우리)가 변화하여 다랑쉬(달랑쉬)라 불려졌으며 버금·둘째의 의미로 제주어 아끈이 덧붙은 것. 한자로는 小月郞峰, 小月郞岫라 한다.

아끈다랑쉬 굼부리에는 마소의 먹이가 되는 꼴의 주요 산지였으나, 요즘은 여러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오름의 바깥 사면은 소나무와 잡목과 잡초들이 엉켜 자라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길: 제주시-12번 도로(동쪽)-비자림 입구(동쪽 1.5km)-오름쪽 시멘트 도로(1.5km)- 아끈다랑쉬오름으로, 다랑쉬오름 표지석 앞에  차를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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