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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움직임을 따라 가을이 온답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움직임을 따라 가을이 온답니다. ⓒ 김혜원

지난 9월 8일은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이 완연해 진다는 백로였습니다. 어느새 높아진 하늘은 쨍소리를 낼 듯 청명하고, 수줍게 피어난 여린 코스모스는 선선한 바람에 흔들립니다.

한낮의 따가운 가을 햇살은 고추말리기에 최적이죠.
한낮의 따가운 가을 햇살은 고추말리기에 최적이죠. ⓒ 김혜원

건조한 바람과 청명한 날씨는 고추 말리기에 최적이지요. 이렇게 정성스럽게 말린 고추로 겨우내 먹을 김장을 만들 것입니다. 고추를 실에 꿰어 걸어 두신 어머니 마음속엔 어느새 가을이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가을 바람에 말라가는 꽈리. 기침에 좋은 약이 된답니다.
가을 바람에 말라가는 꽈리. 기침에 좋은 약이 된답니다. ⓒ 김혜원

지난여름 갈래 머리 소녀들의 입 속에서 예쁜 노래 소리를 내어 주던 꽈리. 소녀들의 노래가 되지 못한 꽈리들은 이렇게 말려 마른기침으로 잠 못 드실 아버지의 약으로 쓰인답니다.

추석이 되면 밤나무의 밤들도 잘 익어 벌어지겠지요.
추석이 되면 밤나무의 밤들도 잘 익어 벌어지겠지요. ⓒ 김혜원

한 달도 남지 않은 추석. 한낮의 뜨거운 햇살은 아직은 초록으로 익지 않은 밤송이를 여물어 벌어지게 하겠지요?

연꽃이 지고난 자리에서 연밥을 딸 때가 되었습니다.
연꽃이 지고난 자리에서 연밥을 딸 때가 되었습니다. ⓒ 김혜원

연꽃이 지고 난 자리에서 연밥을 땁니다. 아직은 초록이 영롱한 연밥을 따 모으며 연밥을 노래한 시인 허난설헌의 채련곡을 떠올립니다.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한데
맑은 가을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蓮花深處繫蘭舟(연화심처계란주)라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란격수투련자)하고
물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수)하네
행여 남이 알까봐 반나절 부끄러웠네

(허난설헌의 '연밥따는 아가씨(采蓮曲)')


연밥이 이렇게 말라 갈 때쯤이면 겨울이 오겠지요.
연밥이 이렇게 말라 갈 때쯤이면 겨울이 오겠지요.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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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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