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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 관련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이 이 결의안에 찬성하면서, '중국의 북한 포기론'이 크게 유행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 관련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이 이 결의안에 찬성하면서, '중국의 북한 포기론'이 크게 유행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 유엔 포토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국은 이에 대한 유엔의 대북 결의안에 찬성했다. 이 사건 직후 '중국의 북한 포기론'이 크게 유행했다. 중국이 참고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김정일 정권을 인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금융제재로 효과를 톡톡히 본 미국이 여세를 몰아 유엔 결의안의 구체적인 이행과 새로운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 제재에 중국만 참여하면 김정일의 운명은 얼마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크리스토퍼 힐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는 지난 5일 중국을 방문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695호의 구체적인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난색을 표시했다.

친 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제재가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모든 관련 당사국들과 긴밀한 접촉과 협의를 유지하면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자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재를 전혀 염두에 두고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초 베이징 3자회담에 북한을 참여시키기 위해 대북 원유공급을 3일간 끊은 것이 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제재는 '설득'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해 화를 내는 모습은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해석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한테 매질을 할 때는 말 좀 들으라고 때리는 것이지 죽으라고 때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화내는 중국... 죽으라고 매질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 없이 기자회견만 한다.

청와대의 설명은 "한미 간 이견이나 갈등 때문에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이 안 나오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때 나온 공동성명을 넘어 문서화할 만한 안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설명은 궁색해 보인다. 지난해 11월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 준비설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한국 정부가 먼저 요청했으나 미국은 더 이상 논의할 게 없다며 시큰둥했다는 관측이 많다. 보수진영이 한미동맹 이상설로 계속 공격하자 노무현 정부는 양국 관계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으나 알맹이가 없으니 기자회견만으로 끝내게 된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애초 의도와 달리 한미동맹 이상설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APEC
한국과 중국, 북한에 대한 미묘한 차이

대북 제재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각은 흔히 비슷한 것으로 얘기된다. 한국 보수 진영은 "노무현 정부가 반미-친중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유엔 대북 제재안 찬성이라는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않는 중국과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해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준 한국을 똑같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한국과 중국은 동북 공정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유엔 대북 결의안 채택 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이전에 얘기한 적이 있었던 북한을 뺀 5자 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별 설득력이 없다. 5자 회담 자체가 북한에 대한 궐석 재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가 5자 회담을 강력하게 추진했을까? 중국의 대 북한 태도가 변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중국이 5자 회담 반대를 분명히 하자 슬그머니 한국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일부 행동을 '북한 포기론'으로 오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정도로 한국과 중국은 서로 의도를 잘 모른다.

제5차 북핵6자회담이 열린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의 의장성명을 듣고 있다.
제5차 북핵6자회담이 열린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의 의장성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옥현
야스쿠니, 대만, 인권, 일본인 납치... 복잡하네

그런가 하면 한·중과 일본은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둘러싸고 냉랭한 관계가 오래 지속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인권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문제 외에 일본인 납치문제가 끼어있다.

죽 살펴보면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외에 다른 국가들도 서로 물로 물리는 관계다.

이들의 갈등 사안이 직접적으로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러나 6자 회담의 궁극적 의제가 단지 북핵이라는 단일 사안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에 대한 각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니만큼 이런 갈등은 결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이러니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왜 6자 회담보다 북미 직접 대화가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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