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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아이팟 나노' 신제품
ⓒ Apple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무수한 추측과 소문 속에 애플 매니아들이 고대해 마지 않던 애플의 휴대폰 '아이폰'은 아직 스티브 잡스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스티브 잡스는 휴대폰 대신 디즈니 계열사가 보유한 영화 75편을 편 당 14.99달러의 가격에 DVD 화질로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애플측은 아이튠즈를 통해 고화질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데 초고속 인터넷을 기준으로 평균 30분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당분간 예약 고객에 한해 편 당 12.99달러에 영화를 판매하며 향후 다운로드가 가능한 영화의 수를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애플은 기존의 TV 드라마 외에 온라인 영화 배급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애플은 또 저장용량이 8기가 바이트까지 확대된 아이팟 나노 신제품을 비롯해 다수의 신형 MP3 플레이어 역시 선보였다. 아이팟 나노는 흠집이 많이 나 사용자들의 불평을 샀던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 대신 알루미늄 케이스를 채택하고 5가지 색상을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를 앞 두고 애플 매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무성했던 애플의 휴대폰, 일명 '아이폰'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애플의 재무담당 이사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지난 7월 애널리스트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 MP3 휴대폰이 음악재생에 적절한 기기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고 "애플 역시 두 손 놓고 있지 많은 않다"고 말 해 애플이 아이팟을 베이스로 휴대폰을 개발 중이라는 추측을 낳게 했다.

애플의 제품을 '주문자 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대만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애플 아이폰이 아이팟 나노와 유사하게 생겼으며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확언해 소위 '아이폰'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무수한 추측과 매니아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휴대폰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것은 휴대폰이 제품의 속성상 MP3 플레이어와 달리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복잡한 협의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IT 전문가들은 아이튠과 아이팟의 경우처럼 서비스에서 단말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일관되게 관철하는 애플의 기업문화가 다수의 이동통신사업자와 타협이 필수적인 휴대폰의 속성과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 왔다.

이런 이유로 애플이 휴대폰을 출시한다면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방식으로 독자적인 통신서비스 업체를 먼저 설립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에서 단말기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디자인 철학을 관철시키는 우회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껏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이폰'이 헛된 희망으로 돌아간 지금 애플 매니아들은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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