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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소장이 순천사랑 아카데미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소장이 순천사랑 아카데미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고 있다 ⓒ 서정일
14일, 순천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는 순천사랑 아카데미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인요한 소장을 초청하여 강좌를 열었다. 객석을 꽉 매운 120여명의 시민들은 벽안의 외국인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인 소장은 3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순천시 매곡동 언덕배기에서 자랐으며 비록 힘들고 가난한 전라도 땅이었지만 인정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었다"고 회고한다.

강연에서 인 소장은 "북한을 방문해서 일을 할 때 순천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면서 "그것은 어린 시절 순천을 떠올리게 하는 정이 북한 사람들에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7년부터 북한에 여러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인 소장은 "남한이 경제적으로는 앞설지 모르지만 북한에 비해서 정이란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면서 "북한보다 남한이 꼭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어린시절 순천에서의 생활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들을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어린시절 순천에서의 생활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들을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 서정일
그는 이날 북한의 실상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을 풀어 놓는다. 특히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는 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왜 북한에 고아들이 많냐"는 질문에 인 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한민족은 정이 많아 먹을 것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을 먼저 챙겨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죽고 그 다음이 아버지 엄마 순서고, 마지막에 아이들만 남게 된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한창 광주 시내가 어수선할 때인 1980년 5월 25일, 그는 순천에서 친구 한 명과 함께 광주에 들어가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총부리를 시민들에게 겨누는 군인들과 친구와 가족을 지키려는 시민군의 모습들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철수해야 된다"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청을 지키던 당시 성균관대생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시민군에게는 음료수와 빵은 물론 모든 물건을 공짜로 줄 당시에도 물건을 살때 공짜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며 배터리 값 5원을 내밀던 할아버지의 모습까지도.

인 소장은 후에 5.18당시 통역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곤경에 처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꿔놓은 일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한다. 전라도 땅에서 전라도 사람으로 성장한 인 소장이 북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러한 애정 때문이다.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어린이들에겐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정이 살아있는 전라도 사람들이 좀 더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어린이들에겐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정이 살아있는 전라도 사람들이 좀 더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서정일
그래서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은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더 깊게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얘기가 나오자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다녀와 보면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남과 북이 화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퍼주기식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인 소장은 "극단적으로 그 사람들을 전혀 안 도와주고 망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도 힘들어진다"면서 "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돕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라면서 "무조건 돕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지만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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