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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민통선의 일월봉은 온통 쑥부쟁이 세상이다.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가 지천에 피어있다. 산자락 양지쪽 한 편에 하얀 열매를 달고 있는 붉나무가 보인다.

▲ 오배자와 하얀 소금기를 드리운 붉나무 열매
ⓒ 김계성
아직 이르지만 가을산행을 하다보면 단풍보다도 더 붉게 물든 나무를 종종 볼 수가 있는데 그 나무가 바로 소금나무라 불리는 붉나무다. 이는 옻나무과로서 잎자루 좌우에 좁다란 날개가 붙어있어 유사한 개옻나무와 확연히 구별된다.

▲ 잎자루에 날개가 보이는 붉나무의 여름꽃
ⓒ 김계성
한여름 내내 자잘한 꽃망울을 터뜨리던 줄기에는 연두빛 열매들이 소담스럽게 맺혀있는데 그 열매는 하나 같이 시럽을 바른 양 하얗게 둘러싸여 있다. 손가락에 찍어 맛을 보면 시큼하면서도 짠맛이 난다. 예로부터 소금의 대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열매가 익어 가면 황적색으로 변하게 된다.

▲ 시럽같은 소금기에 둘러쌓인 연두빛 열매
ⓒ 김계성
먼 옛날 사람들은 채소나 물고기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금을 섭취하게 되었을 것이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산골사람들은 붉나무 열매에 붙어있는 하얀 가루를 물에 풀어 소금을 얻어냈으며 간수 대신 두부를 만드는데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 소금은 천일염으로부터 오늘날의 죽염, 레몬소금, 후추소금, 유기농소금, 암염, 호수소금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었으며 짜지 않은 소금이 더 비싸다는 이른바 귀족소금은 시중에서 보통 소금의 수십 배 혹은 수백 배까지도 호가하는 게 요즘 실정이다.

▲ 황적색으로 늘어져 긴 겨울을 나는 열매들
ⓒ 김계성
어찌되었던 소금은 인체 내 혈액이나 세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인간에게 있어 더 없이 소중한 것임엔 틀림이 없다. 모 방송 인기드라마에서도 소금의 비축이 한 부족의 국력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질 않았던가.

▲ 귀 모양을 닮은 울퉁불퉁한 벌레주머니 모습
ⓒ 김계성
한편 붉나무 잎줄기에는 울퉁불퉁한 사람 귀 모양의 벌레주머니가 달려있는데 이를 '오배자'라고 한다. 이것은 타닌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예로부터 가죽공예에 있어 귀한 염료였으며 한방의 수렴, 해독, 위궤양 등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정 붉나무를 뒤로 하고 다시금 흔한 소금 세상에 내려오니 말짱하던 목구멍이 '칼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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