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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15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뒤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 장관에게 "굿 럭"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15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뒤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 장관에게 "굿 럭"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 연합뉴스 백승렬
부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한국측 회담 배석자들과 악수할 때 반 장관에게는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의식한 듯 "굿 럭(good luck. 행운을 빈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배석자들과는 "Nice to meet you(만나서 반갑다)" 식의 의례적 인사만 나눴지만, 반 장관에게만 특별히 이같은 덕담을 건넸다는 것. 당시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쯤 나온 2차 예비투표에서 반 장관이 1위를 차지한 결과가 부시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오찬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반 장관에게 "왜 사무총장이 되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유엔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유엔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등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관심 표명에 고무된 표정이다.

[적신호] '동구권 여성후보'가 미국의 의중?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비케프라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가 그 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미국의 의중에 있는 후보'가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그 동안 아시아권의 남성후보들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연히 "동구권에서도 아직 유엔 사무총장을 내지 못했다" "여성도 없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비케프라이베르가 후보는 이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건을 갖춘 것.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비케프라이베르가 후보는 라트비아 태생이지만 어릴 때 모국을 떠나, 독일과 모로코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다. 몬트리올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1998년 귀국,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2003년 재선에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이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케프라이베르가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동구권 후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중국도 아시아 후보만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국제정치의 상식이라고 본다면, 그럼에도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이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진다.

섣부른 추론이 될지 모르지만, 미국이 아시아 후보들에 대한 대항마로서 그를 띄워놓고 또다른 '히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이 변수

반기문 장관으로서는 2차 예비투표에서 1개국을 제외하고 14개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만약 반대한 1개국이 상임이사국이고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무총장이 될 수 없는 것이 유엔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현재로선 반대한 1개국이 어느 나라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차 투표 때 반대한 나라와 같은 나라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분단국가에서의 유엔 사무총장 탄생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수많은 고비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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