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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발표했고 6자회담은 공전됐다.
지난해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발표했고 6자회담은 공전됐다. ⓒ 연합뉴스 성연재
오늘이 9월 19일이니까 정확히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9·19공동성명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지난해 9월 20일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발표했고 6자회담은 공전됐다. 북한은 연초의 핵 보유 선언에 이어 7월에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유엔은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나락으로 빠져든다는 말은 이런 현상을 두고 쓰는 표현일 게다.

하나 더 있다. 일본이 '선물'을 내놓는다고 한다. 품목은 재와 소금이다. 9·19공동성명 1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오늘 대북 추가제재 방안을 각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외환관리법을 근거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와 개인의 일본 내 금융계좌와 자산을 동결한다고 한다.

일본의 표정을 살피면 미국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이 됐다.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가시화 되는 대북 추가 제재

미국과 일본의 의도를 되짚어봤자 사족이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이 오늘 <중앙일보>에 밝힌 내용이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은 "우리가 갖고 온 게 아니라 미국이 원하고 바라던 것이었다"고 했다.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설정하는 현대전은 "지상군이 아니라 공·해군을 가지고 싸운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리언 러포트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 21일께 자신과의 면담을 요청해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사실도 밝혔다.

정대철 상임고문의 주장은 일부 전문가의 분석, 즉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이양)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는 분석과 상통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시점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궁금하다. 미국은 핵을 가지고 있고, 미사일까지 쏘아 올리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기에 한국 방어에 전념해야 할 주한미군에게까지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하려는 것일까?

대답이 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8월 말,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전략엔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그리 크지 않으니까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해도 되고, 그러려면 전시 작전통제권을 넘겨줘야 한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폭격기를 띄우고 항공모함에서 함포사격을 가하면 된다.

미국은 그렇다 치자. 그럼 일본은 왜 나대는 걸까? 형님뻘인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일본은 왜 첩보위성 띄우고 전수방어 체제를 허물려 할까?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 하는 것이고,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린 것이기도 하다.

정작 궁금한 건 우리 정부다. 우리 정부는 이미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군의 능력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했다. 미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되돌려준다는 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논점은 그게 아니다.

미국에 줄 것은 다 줬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다. 월남전과 이라크파병, 미 2사단 후방 배치 등을 거론하면서 "결국 줄 것은 다 주면서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는데 이렇게 미국에 협력하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있느냐"고 했다.

미국을 향한 비판이었지만 거꾸로 읽을 수도 있다. 미국에 줄 것은 다 주면서 성과 하나 못 챙기느냐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논점이다.

9·19공동성명 채택 후 우리 정부는 계속 뒤로 밀려왔다.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했고,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 문제도 양보했다.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일본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도대체 이런 거래가 있을 수 있는 건가?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꼽는다. 하지만 미 백악관과 국무부 웹사이트 어디에서도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일본은 대북 추가제재에 발동을 걸었다.

약소국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치부해야 하는 건가? 9·19공동성명 채택 1주년에 즈음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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