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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도둑고양이 미미입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도둑고양이 미미입니다. ⓒ 양중모
처음에 저는 이 미미 뿐 아니라 상하이에 있는 모든 도둑고양이들이 사람을 봐도 잘 안 피하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미미를 만난 순간 미미는 더위에 지친 듯 축 늘어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하이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을 봐도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지내다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른 도둑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잽싸게 도망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나니 미미가 분명 특이한 녀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가는 길에 미미를 자세히 관찰했고 어느 날 문득 미미에게서 어떤 인간의 유형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미미는 다른 도둑고양이들과 그리 활발한 교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다른 어떤 도둑고양이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세를 잔뜩 낮춘 채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제 무릎 옆으로 다가와 기대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도둑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다니.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 미미가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앞을 보니 한 검은 고양이가 기숙사 쪽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말이 고양이이지 덩치가 마치 작은 검은 표범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미미가 과연 무서워할만 했습니다.

때로는 사람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사람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 양중모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미가 만약 인간이라면 남의 권력을 등에 업고 마치 자신의 권력인양 으스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미미가 모든 도둑고양이보다 물리적인 힘이 강할 수 없다고 본다면 그 물리적인 힘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힘을 이용하는 것일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진짜 힘은 아니지만 권력을 등에 업는 것입니다.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도둑고양이들은 미미에게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남의 권력을 이용해 권세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져 미미가 다소 가증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는 미미가 저보다 한수 위인 것이 질투가 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유형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정말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면서도 다가가기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 모르는 것에 다가가 그것이 별거 아닌 것을 증명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그 사람을 따라 그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모두가 두려워했던 일을 해놓고 나면 별거 아니라는 듯이 깎아 내리기 바쁜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 보니 그것이 곧 대단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줄 아는 미미!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줄 아는 미미! ⓒ 양중모
하지만 사실 남들이 하지 않는 미지의 것을 찾거나 건드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미가 다른 도둑고양이와 달리 인간이라는 위험에게 다가온 모험 정신만큼은 칭찬해주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다가오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도둑고양이 입장에서 보자면 무척이나 큰 위협이 따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사실 미미에게서 이런 이중성을 느낀 건 사람이야말로 가장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에게는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그 양면성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느냐 나쁜 사람이 되느냐가 달려 있을 것입니다. 전 오늘 이 작은 도둑고양이에게서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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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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