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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면 잎이 나서 서로를 보지 못해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
꽃이 지면 잎이 나서 서로를 보지 못해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 ⓒ 조태용

가을을 알리는 9월이 쉽게 가버릴 때쯤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꽃무릇이라는 꽃이다. 한문으로는 석산이라고 한다는데 꽃무릇의 본래 이름은 석산화(石蒜花)라고 합니다. 일본이 원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 꽃을 섬진강에서 처음 봤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사실 이런 것이 이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오고 9월 중순이 넘어간 어느 날 마치 무슨 붉은 봉화라도 올린 것처럼 어디선가 불쑥 붉은 꽃이 피어나는 것입니다. 마치 나 여기 있소~ 내가 바로 꽃무릇이라오. 라고 말이라도 건네는 것 같았다. 꽃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는 나로써는 그 꽃의 화려함에도 놀랐을 뿐 아니라 그 형태가 기이해서 더욱 놀랬습니다.

꽃무릇은 9월 중순경에 꽃이 펴서 15일정도 만개했다가 꽃을 떨군다.
꽃무릇은 9월 중순경에 꽃이 펴서 15일정도 만개했다가 꽃을 떨군다. ⓒ 조태용

매끈한 줄기에 꽃만 외롭게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꽃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염색을 하시는 분이 놀러 와서는 하시는 말이 "어머! 여기 꽃무릇이 있네" 하는 겁니다. 그제서야 저는 그 꽃이 꽃무릇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꽃무릇에 대해 알아보니 꽃과 잎이 평생 보지 못하다고 하여 "상사화"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진실로 꽃이 서로를 그리워하는지 안 하는지 사람이 어찌 알겠냐 마는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꽃과 잎이 평생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상사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꽃이 맺힌 꽃무릇 화려한 꽃으로 변하기 전의 모습니다.
꽃이 맺힌 꽃무릇 화려한 꽃으로 변하기 전의 모습니다. ⓒ 조태용

꽃무릇으로 본다면 뿌리는 어머니요 줄기는 아버지요, 꽃과 잎은 딸이고 아들 같을 터인데 이들 자매가 서로를 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 것이고 연인에 비유하면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노래이기도 할 것입니다.

꽃무릇은 9월에 피어서 보름 정도 꽃을 피우고 있다가 꽃잎이 진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꽃잎이 지고 나면 그때서야 기차떠난뒤에 나타나는 애달픈 연인처럼 잎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꽃무릇은 보통 한곳에서 여러개의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꽃무릇은 보통 한곳에서 여러개의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 조태용

인도 사람들은 지상의 마지막 잎까지 말라서 사라진 뒤에 화려한 꽃이 피어난다고 하여 피안화라고도 한다고 하는데 꽃 하나를 두고 피안의 세계까지 생각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고작 이상한 꽃이네.. 수준인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꽃무릇은 화려한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꽃은 아름다우나 열매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꽃이 예뻐서 여기 저기 심어져 키워지는 꽃무릇을 보면 아마 꽃무릇의 열매는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된 꽃무릇에 대한 극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꽃무릇이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하여 꽃을 피우지 않았다면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일본이 원산이 이 꽃이 여기 섬진강 강변에까지 오지는 못했겠죠.

자본주의는 자본이라는 돈으로 전세계를 호령하지만 꽃 무릇은 가냘핀 꽃 잎으로 자신들의 세상을 넓혀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릇 꽃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자만심까지 느껴지는 꽃 꽃무릇 올 가을에 꽃무릇을 찾아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살땐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와 SBS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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