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침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잘됐다 싶어 바삐 그 분 곁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분 앞에 막 도착했을 쯤에 포즈를 취하고 있던 자세에서 갑자기 차에 엎드리는 겁니다. 한 5초 정도 그 자세로 있었나, 저를 보자 얼른 다시 자세를 취하며 웃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요, 그 웃음이 결코 밝지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표정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느낌에는 굉장히 피곤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달가워 보이지 않는 듯한 표정, 얼른 이 행사가 끝났으면 하는 표정, 그러면서도 웃어야 한다는 직업의식,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는 그런 웃음 같아 보였습니다.
모델 분은 ‘사진 찍을 거 아니세요?’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모델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다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습니다. 똑같은 포즈로 몇 시간 째 서 있고, 쉬지 않고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에 웃음은 기본이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따금씩 얄궂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척 하면서 모델 분의 허리와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하더군요. 물론 모델 분은 드러내 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살며시 올린 손을 내리면서 다른 더 멋진 포즈를 함께 취하는 센스를 발휘하더군요.
그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의 생각은, “진짜 힘들겠다”였습니다. 주 전시관을 나오면서 아까 힘들어하던 그 레이싱 모델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말을 건네기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너무 고단해 보이는 것 같아 차마 그냥 나올 수 없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힘내세요!”
그 분이 웃으며 화답을 해 주더군요. 아내도 높은 하이힐 신고 서 있는 게 정말 힘들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그날 자동차 엑스포에서 만난 레이싱 모델 분들 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행사장에 가면 이렇게 행사를 돕기 위한 분들이 많은 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만 보시지 말고 한 번쯤은 그 분들에게 “고생하네요. 힘내세요”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