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네띠앙,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잃어버린 이메일을 찾습니다"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이재민 네띠앙 피해보상 카페 대표, 이진수 변호사, 임성민 정보통신부 사무관 등이 참석해 네띠앙 사태로 피해를 입은 네티즌들의 권리 보호와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을 벌였다.
'네띠앙접속문제 해결을 위한 카페'(http://cafe.naver.com/netiandown.cafe)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민 대표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 3일까지 서비스가 중단돼 네띠앙을 웹호스트로 사용하던 쇼핑몰 운영자들이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730만명이 이용하던 이메일 주소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며 "네띠앙 이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은 휴지조각이 됐고 각종 공과금을 받던 이메일 주소는 일일이 바꾸어야 했다"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네띠앙은 회사가 파산하기 전인 8월에도 유료회원을 받았다"며 "네띠앙이 파산 상태라 금전적 보상도 어렵고 홈페이지 등에 있던 자료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김유식 대표는 "파산한 마당에 피해자 유료 보상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을 더 걱정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네띠앙의 웹호스팅 서비스 업체 아이네트호스팅 따르면 당시 네띠앙 관계자들이 아이네트호스팅의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방문해 회원들의 정보가 포함된 네띠앙 데이터를 대량으로 내려받으려고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 가입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며 "주민등록번호 입력과 주소 입력은 마케팅을 위한 것으로 이런 것을 안 받아도 회원제 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제도 적극 활용해야"
이어 제2의 네띠앙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보험제도 활용과 '1네티즌 1주주 운동' 등이 제안됐다.
이진수 변호사는 "포털 사이트를 보험에 가입시켜 파산이나 영업중단 시에 보험금으로 일정 기간만이라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하자"고 말한 뒤, "사용료를 낸다는 의미로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경영진에 대한 감시, 감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 나온 임성민 사무관은 "보험제도 가입이나 공제조합 가입 등을 검토하겠다"며 "갑자기 파산하는 네띠앙의 사례를 볼 때, 사업 폐지 한 달 전에 신고해야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보완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유식 대표는 보험제도 도입에 대해 "획기적인 내용이지만, 보험을 강제하게 되면 중소 인터넷사업자들은 장벽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런 (네띠앙) 사태가 앞으로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보험 문제를 중심으로 법안 마련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포털이 블랙홀화가 되면서 진입장벽 높아져"
이번 네띠앙 사태는 대형 포털 사이트들 위주로 흘러가는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폐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유식 대표는 "협소한 시장에서 포털이 페이지뷰를 많이 끌어내기 위해서 포털의 역할을 하지 않고 한번 들어오면 안 내보려고 한다"면서 "포털이 블랙홀화가 되면서 신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벤처인들이 인터넷쪽으로 들어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3년전 한 업체는 블로그 서비스를 하겠다고 50억을 쏟아부었는데 망했다"며 "예전에는 딴지일보처럼 5천만원을 가지고 창업해서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도 네이버 들어가서 검색하고 뉴스 보고 나서 컴퓨터를 꺼버린다, 디시인사이드보다 더 많이 (네이버에) 들어간다"며 "구글 같은 경우는 정보가 있는 곳으로 딥링크를 통해서 이용자를 보내기 때문에 선순환의 고리를 통해 같이 발전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거대 포털이 모든 걸 삼켜버리는, 모든 것이 포털로 통하는 것이 문제"라며 "좀더 다양하고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웹사이트들이 번성해서 화원을 다채롭게 채워야 하는데 지금은 포털이라고 하는 커다란 도매상에 모든 것이 넘겨져버렸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런 (포털 중심) 사태가 한국 인터넷 문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공룡 포털로 인해 뉴스사이트들은 자멸 직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