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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3개월만의 결백 입증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은 지난 2003년 6월 17일 특검에 출두해 긴급체포된지 3년 3개월만에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뇌물죄)의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 온 박 전 장관.
3년 3개월만의 결백 입증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은 지난 2003년 6월 17일 특검에 출두해 긴급체포된지 3년 3개월만에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뇌물죄)의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 온 박 전 장관. ⓒ 연합뉴스 서명곤

징역 12년, 추징금 148억원(서울중앙법원 1심) → 징역 12년, 추징금 148억원(서울고법 2심) → 150억원 뇌물죄 무죄 취지 파기환송(대법원) → 보석 석방(서울고법) → 대북송금 관련죄 등에 징역3년 선고후 법정구속(서울고법 파기환송심) → '150억원 뇌물죄 무죄'만 상고(서울고검) → 150억원 뇌물죄 무죄 확정(대법원)

대북송금 특검의 긴급체포와 구속, 특검의 바톤을 이어받은 대검 중수부의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 추가기소 및 20년형 구형, 1·2심법원의 뇌물죄 유죄 판결(징역12년, 추징금 148억원), 대법원의 뇌물죄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파기환송심의 징역3년 및 법정구속, 검찰의 재상고 및 대법원의 뇌물죄 무죄 확정.

변호인측은 이를 '사법심리의 총결정판'이라고 했다. 이처럼 재판과정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망라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서울고법 2004노3095호)의 재판이 끝났다. 지난 2003년 6월 17일 특검에 출두해 긴급체포된지 3년 3개월, 그해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서 첫 재판이 열린 뒤 3년 2개월여만이다.

이처럼 반전에 반전, 그리고 재반전을 거듭한 사건은 28일 대법원이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대법원의 기각 판결은 검찰이 재상고할 때에 이미 예정돼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대법원의 기각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상고이유서'(7월 3일자)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이다.

검찰의 '상고이유서'는 재판부 '설득'보다는 '저주'로 가득

뇌물죄 부분에 대해서만 재상고한 검찰의 '상고이유서'를 보면, 대법원 재판부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법리적으로 설득해 '재파기환송'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검찰의 불순한(?) 의도가 역력히 나타나 있다.

왜냐하면 상고이유서에는 뇌물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재판부와 이를 그대로 인용한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법리적 설득'보다는 '독설과 저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최근 검찰이 분개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폄하 발언은 '새발의 피'이다.

심지어 "재판부의 언어 해독능력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는 인신공격성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개 검사'가 사법부 최후의 보루인 대법관들에게 '막 가자'는 식이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애시당초 검찰이 절차상 재상고는 하지만 대법원의 '재파기환송'은 기대하지도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고이유서' 첫장에 적은 검찰의 상고 이유는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점잖은 내용이지만, 뒷장을 들추면 전체 65쪽의 내용이 온통 사법부에 대한 '분풀이'로 가득차 있다.

이를테면 검찰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대해 "지엽말단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여러 사유들을 들어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환송전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것은 이 사건의 객관적 정황이나 실체적 진실에 전연 부합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해석의 통일이라는) 상고심 제도의 취지조차 스스로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밝혀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또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서도 "환송후항소심 법원은 선고를 연기하면서까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유의 합리성,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 고민했지만 역시 대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과감하게 번복해 진실을 제자리로 돌려올 만한 용기가 없어 소극적으로 판결하는 잘못을 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피력했다.

검찰 "재판부 언어 해독능력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신공격

'독설과 저주'로 가득찬 상고이유서 검찰은 "이유가 궁색하면 (판결문에) 쓰지를 말지 왜 이렇게까지 궁색하게 비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지 환송심의 용기없음에 더하여 무리한 해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독설과 저주'로 가득찬 상고이유서 검찰은 "이유가 궁색하면 (판결문에) 쓰지를 말지 왜 이렇게까지 궁색하게 비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지 환송심의 용기없음에 더하여 무리한 해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김당

검찰은 구체적인 상고 이유에 들어가서도 '이익치의 진술 및 증언의 신빙성'과 관련 '명백한 오판'이니 '지극히 비합리적인 판단'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법원의 태도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특히 해외도피중인 김영완씨에 대한 '영사 작성 진술청취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서 '해괴한 논리'니 '옹색한 변명' 같은 표현을 사용해 "재판부의 언어 해독능력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라고 인신공격성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이어 "너무나 자의적인 해석에 기인한 오판"이라며 "이유가 궁색하면 (판결문에) 쓰지를 말지 왜 이렇게까지 궁색하게 비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지 환송심의 용기없음에 더하여 무리한 해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및 일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진술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대법원의 판결이나 환송심의 판결처럼 실체적 진실에서 한참 떨어진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해 사법부의 판단을 '엉뚱한 결론'이라고 폄하했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재판부뿐만 아니라 검찰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부인한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뻔뻔한 진술 번복이 피고인이 그동안 소위 '촌지'를 주어가며 관리해왔던 기자들 세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분풀이'를 했다.

검찰은 "(계좌추적에서 김영완으로부터 나온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언론인들인) 우○○ 등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종전의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경위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하다"면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측의 집요한 진술번복 시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해 별다른 근거없이 피고인측의 불법행위(진술번복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 특종보도도 피고인측 요청으로 '주문 생산'된 것?

특히 검찰은 대북송금 특검 수사 때부터 '무리한 표적수사' 의혹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영완씨의 공모에 의한 '배달사고' 의혹을 제기하며 수 차례 특종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도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보도 작출(作出)'이라는 어려운 표현을 사용해 마치 오마이뉴스의 3년여에 걸친 탐사보도 기사가 피고인측에 의해 '주문 생산'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검찰은 상고이유서에 "피고인측이 이 사건의 핵심증인인 이익치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어보고자 그동안 그들이 언론계에 구축해왔던 다양한 인맥을 이용해 이익치가 마치 이 사건 뇌물을 빼돌려 해외로 밀반출한 것인양 추측을 유도하는 언론보도를 작출해내고 있는 듯한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오마이뉴스 김당 기자는 위와 같은 취지의 언론보도로 인해 이익치 등으로부터 고소당해 수사가 진행중에 있다"고 이례적으로 '제3자'인 취재기자의 이름을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의 분풀이성 주장에는 허점이 수두룩하다. 우선 검찰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사실을 특종보도해 박지원 전 장관을 대북송금 특검에 출두하게 한 언론(인)도 오마이뉴스(김당 기자)임을 간과하고 있다.

또 150억원 뇌물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 2심 재판 때는 '배달사고'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에 대해 반론권조차 요구하지 않았던 이익치씨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갑작스레 명예훼손 혐의로 오마이뉴스와 취재기자를 고소한 것은 후속보도를 막기 위한 검찰측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제보도 있다.

무죄 사건 기소한 장본인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서 150억원 부분을 수사했던 남기춘 검사(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현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나중에 무죄로 종결된 박광태 광주시장 및 박주선 전 의원의 현대비자금 수수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장본인이다. 중수부장 당시 이 무죄 사건들을 지휘했던 안대희 전 고검장(앞줄 왼쪽)은 지난 7월 대법관으로 임용되었다.
무죄 사건 기소한 장본인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서 150억원 부분을 수사했던 남기춘 검사(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현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나중에 무죄로 종결된 박광태 광주시장 및 박주선 전 의원의 현대비자금 수수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장본인이다. 중수부장 당시 이 무죄 사건들을 지휘했던 안대희 전 고검장(앞줄 왼쪽)은 지난 7월 대법관으로 임용되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공교롭게도 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서 150억원 부분을 수사했던 남기춘 검사(현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나중에 무죄로 종결된 박광태 광주시장 및 박주선 전 의원의 현대비자금 수수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장본인이다. 중수부장 당시 이 무죄 사건들을 지휘했던 안대희 전 고검장은 지난 7월 대법관으로 임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남 검사는 열린우리당 김희선·문석호 의원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다가 물의를 빚거나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결국 남 검사의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보도 작출'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언론계에 구축해왔던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보도를 작출'해 무죄를 이끌어낸 셈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이은 '유언무죄 무언유죄'라는 신조어의 탄생이다.

이 상고이유서는 지난 7월 3일자로 대법원에 접수된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독설과 저주로 가득찬 상고이유서를 보면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검찰 사이에 갈등이 노정된 작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대법원장의 '사과'로 봉합된 갈등이 재연될 소지를 내포한 '상고이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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