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입해 2008년에 실전 배치를 추진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미국 국방부가 한국의 요청에 따라 패트리어트 미사일 판매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고, 미사일 구매 규모는 15억 달러에 달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국방부가 도입하기로 한 미사일이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된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가운데 오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판매 추진 중인 것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지원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기에 PAC-3 등 요격미사일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15억 달러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자전 장비 등 한국이 미국에 판매 요청한 다른 장비들도 포함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계획은 패트리어트 발사대와 요격미사일은 독일의 중고품을 수입하고, 지휘통제 및 훈련 장비 등 나머지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패트리어트 도입 계획은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주장대로 패트리어트 도입이 한국의 MD 참여와 무관하더라도(그러나 결코 무관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검토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패트리어트의 실제 요격율은?
정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 계획이 확인되자,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패트리어트가 마치 1차 걸프전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 그 성능이 입증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오보'이다. 이러한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오보'이고 국민들에게 '패트리어트가 스커드 잡는 미사일'이라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차 걸프전 당시 패트리어트의 스커드 미사일 요격율은 0%에 가깝고, 2003년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요격할 스커드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과 영국 전투기 1기씩을 격추해 '아군 잡는 미사일'이라는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1차 걸프전 당시 패트리어트가 대부분의 스커드를 요격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격율이 55%에 달한다는 미국 국방부의 '허위 발표'였고, 다른 하나는 당시 요격미사일로 사용된 PAC-2가 근접폭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착시'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즉, PAC-2는 목표물에 접근하면 자동 폭발해 그 파편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CNN 방송을 본 사람들에게 요격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커드는 폭발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섬광을 뚫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방부의 발표 결과에 대해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이 제기되자 미국 의회는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이 위원회는 패트리어트의 실제 요격율이 10% 미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MIT 공대의 포스톨 교수는 자체적인 분석 결과 패트리어트는 단 한 발의 스커드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아군 전투기 잡는 미사일?
패트리어트의 초라한 성적표는 2003년 3월 미영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때도 거듭 확인되었다.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의 감시하에 전량 폐기했기 때문에, 2003년 침공 당시에는 요격할 스커드 미사일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PAC-2와 PAC-3로 구성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이라크 미사일 9기를 요격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스커드가 아니라 알-사무드와 아바빌-100 등 스커드보다 느리고 사거리가 짧아 요격하기가 훨씬 쉬운 미사일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패트리어트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때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 1대씩을 격추시켰고, 1대는 격추 직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1대가 격추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오류를 수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만든 레이시온사의 기술자가 황급히 "발사하지 마라"며 작전병을 말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레이더가 잘못된 목표물을 지정해 패트리어트 작전병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즉, 레이더가 자국군 항공기를 적의 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사고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육군 보고서조차도 "전장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표적 식별에 실패하기도 하고,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미사일을 식별해 스크린에 보여주기도 한다"며 치명적인 결함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영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5일 후인 3월 25일에는 미국의 F-16 전투기가 패트리어트 부대를 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이 조종사는 자신의 전투기가 적의 방공망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신호를 받고 자위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패트리어트 부대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패트리어트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자,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소장인 카디쉬는 2005년 4월 9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나는 패트리어트 시스템 자체와 시스템 적용 둘 모두에 결함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국방부 차관을 지낸 필립 코엘을 비롯한 미국의 전현직 국방관계자들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있지도 않은 미사일을 겨냥하거나, 아군 전투기를 조준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한다.
패트리어트는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레이더가 물체를 추적하면 컴퓨터가 물체를 식별해 기호로 스크린에 표시한다. 작전병은 불과 몇 초 만에 요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작전병의 오인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패트리어트 부대를 동행 취재한 로버트 릭스 CBS 기자는 "끔찍한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패트리어트 레이더의 오작동과 작전병의 오인은 항공기와 미사일이 집중된 전장에서 나타나기 쉽다. 이는 걸프 지역보다 훨씬 군사력이 밀집된 한반도에서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오작동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도 승률은 낮아
그렇다면 미국 국방부는 패트리어트의 성능 개량을 통해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을까? 최근 패트리어트의 시험 평가 결과를 보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도 승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항공기나 미사일 요격 시험은 마치 승부차기 때 키커가 골키퍼에게 공을 차는 방향을 알려주고 차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의 방위정보센터(CDI)가 펜타곤의 PAC-2 시험 결과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시험에서 패트리어트 PAC-2의 항공기 요격율은 4/6였고, 미사일 요격율은 1/3으로 나타났다. 공 차는 방향을 알려주고 승부차기를 하는데도 방어율이 이 정도라면, 공이 어느 방향으로 날라올지 알 수 없는 실전에서의 요격율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패트리어트 최신형이 PAC-3를 도입하면 괜찮을까? 그러나 PAC-3의 도입은 훨씬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미사일 역시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요청받은 바 없다고 우기고 있는 'MD 참여'를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방부가 패트리어트 기종 가운데 어떤 것을 수입할 예정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독일로부터 중고품을 수입한다면 PAC-2가 될 것이고, 미국에서 수입한다면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역시 이 둘 사이에서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을 선택하든, 그것은 '최악이냐, 차악이냐' 가운데 양자택일하는 것일 뿐이다. 최선은 '안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패트리어트 관련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