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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새벽형 인간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왔지만 말이다. 나는 목회자이다 보니 새벽기도가 있어서 피곤하던 피곤하지 않던, 일찍 자던 늦게 자던 새벽 5시에 예배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일어나는 건 평생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일찍 자려고 누워 있으면 어떤 날은 눈이 말똥말똥하다. 그 얘길 누구한테 했더니 나보고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 '올빼미 인간'이란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뜬금없이 '새벽형 인간'이란 딱지를 붙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새벽기도 이후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새 버릇을 들였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저녁잠은 없고 새벽잠이 많다. 게다가 요샌 밤 문화가 발달하여 당최 일찍 자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개 11시 12시는 보통이고 심지어는 새벽까지 거리는 휘청거리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나 역시 자연 늦게 자게 되는데 그래도 일어나는 시간은 여지없이 새벽 4시 40분이다.
그래서 새벽기도 마치고 피곤하니까 또 눕게 되고 누우면 잠이 들기도 하고 그냥 좀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런다. 그 시간이 어설프게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늘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요새 그 시간을 좀 활용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다름이 아니고 난 요새 뒤늦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영어신학회에 나가는데 영어 실력이 맹탕이다 보니 남들 다 하는 프리토킹이 안돼 헤매고 있다. 워낙 기초가 없다 보니 노력해도 잘 안 된다. 그래서 그거 따라가려니 남보다 다섯 배는 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낮에 일과 중에 공부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시간 이용하기는 아무래도 그 새벽 시간이 '딱'일 것 같아 이젠 새벽기도 마치고 사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무실로 출근해 버린다. 그러면 대략 두 시간 가까이 공부를 할 수 있다. 낮엔 여기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항상 시끄러운데 새벽엔 아주 조용하고 전화도 안 오고 참 좋다. 영어 한 시간 하고 목회 관련 공부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공부하고 8시에 아침 식사 하고 9시에 다시 정식 출근을 하는 셈이다.
새벽형 인간으로 전환한 지 지금 한 달 좀 넘었는데 피곤한지 요새 내 입 안은 여기 저기 흰 반점이 생겼다. 그래도 중단 없이 몇 년이든 이렇게 해 영어를 잘하진 못해도 의사소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옛날 방송대학 공부할 때도 이런 식으로 했는데 그 때의 기질을 다시 한 번 발휘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어야겠다. 그 때도 난 머리가 협조를 안 해 줘서 졸업을 남보다 늦게 했다. 그래도 기뻤고 자심감도 얻었다.
친구가 전화 통화 중 나 요새 새벽에 공부 한다고 하니까 아니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한다. 하긴 오십이 넘어서 공부를 한다니 그 친구는 의아한 모양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말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글 배우고, 검정고시 하고, 노령에도 대학 들어가고, 할아버지가 운전면허도 따는 걸 보면 나이 탓 할 일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자기 성취에 뛰어드는 일은 좋은 일이다.
새벽부터 설치고 공부해봤자 단어 찾다 시간 다가고 실제 진도는 별로 못 나간다. 번역도 해 보고 회화 문장이나 숙어도 암기하고 듣기, 읽기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노력에 비해 아직 효과는 형편없다. 그렇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속도가 붙으리라 확신하고 갑갑하지만 계속 분투하련다.
학회 모임에 나보다 실력이 나은데도 낙오하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제일 실력이 뒤진 나도 하는데 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망신스럽지만 그래도 회화가 가능할 때까지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도 가능하고, 기초가 부실한 사람도 가능하다는 전례를 남기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얼굴이 좀 두꺼워야 할 것 같고, 체면도 버려야 하고, 자존심도 버려야 하고, 무엇보다도 굳은 심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작심삼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난 이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좀 귀찮게 하고 있다. 그들이 기꺼이 귀찮음을 당해 줌이 감사하다.
동료 목회자 한 분도 늦은 나이에 혼자 공부하여 이제는 영어 회화가 가능하고 CNN이나 그 외 외국TV 시청이 가능하단다. 나도 그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오늘도 피곤한 눈을 비비며 또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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