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횡포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퍼포먼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례] 서울 당산동에 사는 30대 후반 이아무개씨는 외국계 은행 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리볼빙 서비스 중 최소결제방식을 이용하고 있어 대금명세서의 금액 중 최저결제비율인 3%만 결제하고 있다.

자녀와 부인을 위해서는 비교적 돈을 아끼지 않는 이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카드를 사용하다보니 총사용금액이 85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래도 매월 결제금액은 26만원 정도로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간 명세서를 비교해 보니 매월 결제할 금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의아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달간은 전혀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결제금액인 3%를 꾸준히 내다보면 할부수수료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이 조금씩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원금인 미결제금액은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전월 미결제 금액은 대략 860만원이었는데 당월 총결제금액이 890만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카드사에 문의해본 결과 리볼빙 수수료는 전월 원금에 합산되고 이 금액의 3%를 이번달에 결제한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월별 수수료가 월 최소결제액보다 많기 때문에 카드를 추가 사용하지 않고 열심히 3%씩 결제해도 누적되는 총결제금액은 늘어나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결국 이번달에 26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도 원금만 또다시 30만원 가까이 늘어나 버렸다. 이런 추세라면 전혀 카드를 안 쓰고 연체 안 해도 조만간 카드원금이 1000만원이 돼버린다.

너무나 당황한 이씨는 정확한 카드수수료 체계를 몰랐던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위험한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최소 결제만 하면 부담 없이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던 카드사들이 고리대금업자처럼 느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얼마 전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모 카드사의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꺼내라, 가둬두기엔 할인의 기회가 너무 많다"라는 모 카드사의 카피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소비의 유혹 속에 살고 있다. 꼭 필요해서 사야 하는 것도 있지만 광고를 보거나 쇼핑을 다니면 웬 멋진 것들이 그리 많은지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당장 가지고 있는 돈은 많지 않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생각하며 자신과 싸워보지만 대부분 적절한 선에서 자신과 타협한다. 특히 자녀와 관련된 것들은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더욱 좋다. 이때 현금이 별로 없어도 든든히 버티고 있는 지갑 속의 카드가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래도 당당하게 꺼내실 건가요?

최근 집계된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1개 카드사의 2~12개월 할부 수수료율 평균이 연 17.48%로 나타났다.

단순히 보아도 매우 높게 느껴지는 수수료율이지만 많은 카드 사용자들은 소비의 유혹과 타협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몇십만원의 물품을 구매할 경우 큰 금액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써 높은 할부 수수료율을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이 17.48% 할부수수료율이 얼마나 엄청난지 확인해보자.

만약 사례의 이씨가 매월 자녀를 위해 20만원씩 같은 이자율로 10년간 적금을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10년 후 이씨는 자녀를 위해 6674만원(세전)을 모을 수 있다.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6016만원(원금 24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돈으로 이씨는 자녀 대학자금이나 독립자금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예금자 보호가 되는 안정적인 적금상품의 경우 최대 6%(세전)대의 이자율만이 적용되기 때문에 매월 20만원씩 6%의 적금을 부어도 10년 후에 3천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우수한 펀드들도 연 10%대 수익율을 겨우 유지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카드 할부 수수료를 부담하며 소비하는 가정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되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명하게 쓸 자신 없다면 깊숙히 가둬두자

만약 할부 구매도 모자라 평균 연 20%대 후반의 현금서비스까지 받는 가정이라면 실제 부담하는 이자는 엄청날 것이다.

한 예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26%, 취급수수료 0.5%(선취)로 1백만원을 한 달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2만1369원+취급수수료 5000원, 총 2만6369원의 이자부담을 해야 한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연 32%에 해당하는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다.

단지 2만6369원을 부담하고 100만원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금리에 무감각해지고 이쯤이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금액이 늘어나고 기간이 늘어난다면 실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카드 꺼낼 때마다 가난해지는 금액을 그려보자

우리는 꼭 필요하니까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마시멜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도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생각해본다면 자연스럽게 소비를 지연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겨나고 조금 지나서 보면 그때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를 매우 알뜰하게 현명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씨는 <부자아빠의 신용카드 자르지 않고 부자되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극소수의 현명한 카드소비자들을 위해 카드 사용을 장려하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치르는 대가가 너무 쓰다.

덧붙이는 글 |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Revolving SYSTEM)란 신용카드 회원이 현금서비스 및 일시불 구매 카드이용대금의 일정금액 또는 일정비율을 상환하면 잔여이용대금의 상환이 연장되고, 회원은 잔여이용한도 범위 내에서 계속해서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결제방식이다.(재정경제부 자료 발췌)

*'마시멜로 이야기'-엘렌 싱어와 호아킴 데 포사다가 우화 형식으로 쓴 자기계발서. 오늘의 달콤한 만족(마시멜로)보다는 특별한 내일의 성공을 준비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책소개 발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