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언어로 해소할 수 없는 인간 본능의 가장 적극적 표출이다. 인간의 몸을 표현도구로 사용하는 춤은 가장 원시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추상적인 예술이다. 중세와 근대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현대무용의 경계를 연 이후로 춤은 어쩌면 가장 과격한 본능의 해석을 가져오고 있을 지 모른다.
광의의 의미로써 현대무용이 표현하는 몸짓들을 보자면 인간의 내면 속 염원은 대단히 광기어린 것이거나 지독한 절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절대로 춤이라고 인정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상적인 표현도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조차 결국 궁극의 주제는 절망이거나 소외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발전된 문명과 문화에 따라 지극히 점잖고, 이성적이며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면 춤은 우리 삶의 반영일까 혹은 반항일까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그 해답은 무용가가 아닌 보는 관객이 스스로 자신에게 투영하는 결과에 따를 것이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정서를 전달해준다. 무용평론가들도 존재하고, 수많은 무용이론이 쏟아지지만 그것은 한 명의 관객이 받을 춤의 감흥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모를 것 하나 없을 것만 같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를 것이 무용이다. 다시 말해서 광기와 서정이 '종이 한 장'차이의 경계로 나뉘기도 한다. 그래서 무용은 흥미롭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회장 이종호)가 10일과 11일 예술의 전당-토월극장에서 9회째 여는 서울국제무용축제(SIDANCE. 아래 시댄스) 개막작인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의 페트루슈카는 <봄의 제전>으로 유명한 스트라빈스키가 1911년 작곡한 발레음악을 단 두 대의 아코디온 연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출생으로 그의 음악적 특성은 '비형식성'으로 조심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0일 개막을 시작으로 25일까지 두 주 넘게 열리는 시댄스에는 테로 사리넨, 프랑스 국립무용단 끌로드 브뤼마숑 같은 비형식적인 파격적인 무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비형식의 세계현대무용흐름을 고루 담고 있다. 서울에서 세계 주요 무대의 춤을 편안하게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테로 사리넨의 개막작과 프랑스 케피그 무용단의 폐막작은 진작부터 무용팬들의 기대를 한데 모았고, 춤으로서는 낯선 나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대무용단 빈센트 반쭈이, 이스라엘의 이마누엘 갓 무용단도 이 무대에 서게 된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 현대무용의 대표주자인 일본 부토 단체 다이라쿠다칸의 복잡한 이미지 작업도 작년에 이어 다시 한국관객과 만나게 된다.
시댄스가 매해 힘겹게 세계 유수 무용단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그 자체로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정작 그 목적은 한국무용이 그들과 동등하게 세계무대에 당당히 서기 위한 것에 있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춤과 노래에 발군의 자질을 갖고 있다.
이번 시댄스 기간에 선보이는 한국과 프랑스 합작 작품(몽 리에 무용축제와 시댄스)인 남영호 무용단의 작품은 그 의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시댄스의 대표상품 중 하나.
그 밖에도 한.중.일 여성무용가 3인을 한 무대에 서게 해서 아시아 무용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서울발레시어터, 유니버셜발레단의 모던발레도 한국 발레의 변화를 감지케 해주며, 이영일, 이용인, 이광석 등 한국 젊은 무용가들의 정열적인 무대도 관객들과의 만남을 벼르고 있다.
특히 이번 시댄스 개막작 테로 사리넨은 훈훈한 뒷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더욱 화제다. 작년 축제 평가에서 최우수 평점을 받은 시댄스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리는 관주도 축제에 비해 비교하지 못할 적은 예산을 지원받는다. 때문에 초대 무용가들의 여비와 개런티를 모두 지불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테로 사리넨을 초청하는 조건도 항공비용은 자체 부담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지난 4월 핀란드 정부 지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최종 결과를 접하게 되었다.
난감한 상황에 부딪힌 시댄스와 테로 사리넨을 구원한 것은 주한 핀란드 킴 루오토넨 대사이다.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핀란드 예술을 작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소개해야 한다며 대사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그 결과, 자그만치 7개 기업체로부터 협찬을 끌어냈고 테로 사리넨 무용단의 항공비와 화물운송비가 해결되었다. 하마터면 개막작이 불발하는 불상사를 맞을 뻔 했던 시댄스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에 대한 마음의 보답으로 핀란드 무용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시댄스에는 이렇듯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의 힘이 모아져서 일궈내는 따뜻한 휴먼스토리도 더불어 만들어진다. 이 축제를 위해서 이종호 집행위원장이 집을 두 번이나 팔아야 했고, 자신의 봉급을 매달 고스란히 시댄스 사무국에 쓰기를 벌써 9년째이니 그 지성에 하늘까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게 되는 듯하다.
어쨌거나 10월은 축제들의 격전이 벌어지는 달이다. 그속에서도 춤을 좋아한다면, 혹은 언어와 형식에 지쳐 있다면 시댄스는 반드시 노려볼 만한 10월의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0일 개막식을 놓치면 안될 것이나 아쉽게도 이미 10일은 전석 매진 상태다. 그러나 서두르면 조금 남은 11일 좌석은 잡을 수 있다고 한다.
| | '에(누리)티켓', 아시나요? | | | 시댄스 알뜰살뜰하게 보자 | | | | 시댄스 무대에 서는 작품들은 무용팬이라면 하나라도 빠뜨리면 아까운 것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 게다가 체감경제는 홍어라도 되는 양 바닥을 기고 있어 관람비용이 이만저만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댄스는 주머니가 허전한 무용마니아들을 위해 에티켓(에누리티켓)을 마련했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조금 되는 사람을 위한 VIP패스도 준비되어 있다. 시댄스 전공연을 아무 제한없이 볼 뿐만아니라, 부대행사까지 참석할 수 있는 프리패스는 모든 공연에 최고좌석 5매를 제공받게 된다. 그리고 그 아래 등급인 VIP-SILVER도 비슷한 혜택에 좌석만 2매로 준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후원금액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건 패스!
그러나 VIP-BRONZE는 한번 노려볼 만하다. 모든 공연 S석 좌석 2매를 보장받는 이 패스는 처음에 목돈이 들어가기는 해도 할인율이 54%에 달해 진짜로 전 공연을 모두 보고자 하는 무용과식가라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할인율 23~35%까지 다양한 패키지 티켓이 있어 정보를 잘 활용하면 알뜰한 공연관람에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시댄스 티켓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면 이번에 들고 나가서 티켓수에 따라 20~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올해 관람한 공연 티켓을 들고 다음 공연에 가면 10%는 눈감고 깎아준다.
시댄스의 에(누리)티켓은 무용마니아들에 대한 정중한 에티켓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제9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 www.sidance.org
공연문의 02-3216-1185